전쟁·지진 나면 속수무책…피할 곳 없는 인천 장애인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 대피소 800여곳 중 안전취약계층 편의설비 1개 이상 설치 5% 뿐
시설 유도 블록 등 대부분 없어 접근 어려워...市 “장애별 재난대응 교육 등 대책 용역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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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 부평구의 한 대피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대피소는 지하까지 긴 경사로가 이어져 휠체어 접근성이 낮다. 이민수기자

인천 부평구의 한 대피소. 전쟁이나 지진 등 긴급재난 발생 시 누구나 이용해야 하는 대피소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대피소는 지하까지 긴 경사로가 이어져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탓이다. 인근 자택에서 대피소까지 시각장애인들의 길 안내를 도울 점자블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솔 인천뇌병변 장애인인권협회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대피소 운영 등 안내 매뉴얼은 없는 상태로 장애인들은 재난 상황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대피소의 접근도 어려운데 기본적인 대응과 대피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천 지역 대피소들의 장애인 접근성이 낮아 장애인 안전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지역 대피소 총 800곳 중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편의설비가 1개 이상 설치된 곳은 5%(40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60곳(95%)의 대피소는 안전취약계층 설비가 전무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 항목별로도 장애인들을 위한 필수시설인 시설유도 블록은 20곳(이하 중복), 완만한 경사로는 26곳, 휠체어 리프트는 11곳, 대피시설 안내 점자마킹은 5곳 등이다.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물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 전체 대피소 중 휠체어는 26곳(이하 중복), 계단 이송의자는 3곳, 환자용 들것은 93곳, 목발은 1곳에서만 각각 갖추고 있다. 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피소에 대한 안내표시도 없다. 현재 시나 군·구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난 시 대피와 관련한 교육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대피소 법령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관련 ‘별표2 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종류 및 설치 기준’에서 최소한의 접근성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특성별로 이용가능한 대피소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 장애인 인구는 14만7천여명으로 2016년(1만698명)보다 약 8% 느는 등 증가 추세다. 이중 지체장애 등 외부 신체기능 장애인 비율은 88.2%에 달한다.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 편의설비가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다”며 “장애별 특성에 맞춘 재난대응요령 교육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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