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다른 ‘78 대 78’ 도의회 의미/공통의 길은 ‘법대로, 원칙대로’다

새삼 78 대 78의 의미를 새기게 된다. 경기도의회에 전에 없던 분포다. 100석이 넘는 다른 의회에서도 유래가 없다. 이런 구도를 놓고 정당별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은 ‘싸우지 말라는 명령’을 강조한다. ‘경기도민이 만들어준 희망의 씨앗’이라며 ‘협치를 잘해서 싸우지 말고 민생을 위해 전력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힘은 ‘똑같이 하라는 명령’을 강조한다.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 무엇이든 똑같이 해야 한다’며 ‘그러면 문제될 게 없다’고 해석한다.

한쪽은 ‘싸우지 말라는 명령’, 다른 쪽은 ‘똑같이 나누라는 명령’이라고 한다. 언어에 유희에 빠져 분석할 일은 아니다. 둘 다 잘못된 해석도 아니다. 딱히 구별할 해석도 아니다. 다만, 정략을 떠나 지켜보는 도민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넓은 의미의 ‘싸움’은 정당 정치의 현실적 출발이다. 싸움 없는 의정이 반드시 도민의 이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각종 자리의 동수 배분도 유권자의 뜻이라 보기 어렵다. 애초 도민은 의회에 무슨 자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차이가 시작부터 사달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조직개편안 논란이다. 도의회가 지난달 28일 심의 처리했다. 정무직인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바꾸는 개편이다. 임기를 이틀 앞둔 10대 도의회가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11대 도의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10대 도의회가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항의 표시로 도지사와의 만남 등 이후 협치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최대 현안인 전반기 도의장 선출 논의도 여기 묶였다.

민주당에 잘못이 있다. 뭐가 급해서 10대 도의회에서 처리했나. 정무직 부지사 인선이 늦어진 예는 과거에도 많다. 11대에서 처리하면 좋았다. ‘평화’에서 ‘경제’로 직책명을 바꾸는 작업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반대할 일이 아니다. 결국 민주당이 자초한 분란이다.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그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과된 조례를 공포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 때까지 집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협치를 위한 나름의 양보와 제안이라고 우리는 평가한다.

그런데 제자리 걸음이다. 국민의힘이 계속 막고 있다. 1차 실무 협상을 중단했고, 2차 협상도 결론이 없다. 개편안 추인, 의장 선출 등 어떤 것도 결론 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이 4일 밝힌 입장이 있다. “(협치를 한다면서) 아직 한번도 국민의힘과 만난 적 없다.” 글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는다. 도지사와 만남이 문제였다는 건가. 김동연 지사가 5일 국민의힘을 만났다. 그러면 풀리는 건가. 개원까지 막힌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연유라도 있나. 이쯤에서 의회 주변에 번지는 소문이 있다. 국민의힘이 정무직 부지사 자리를 원한다는 소문이다. 국민의힘이 도의장 선출 과정의 배신표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소문도 있다. 정무부지사직 양보는 연정 수준의 형식이다. 협치와 다른 얘기다. 배신표 걱정은 당 내부서 풀어 갈 일이다. 어느 소문이든 도의회 파행의 이유로는 턱 없다. 정무부지사는 김동연의 것이 원칙이고, 도의장 선출은 투표가 법이다. 원칙과 법대로해라. 그게 ‘78 대 78’에 투영된 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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