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황제펭귄의 멸종

곧추 서서 걷는다. 날개가 있다. 지느러미 모양이다. 헤엄 치기에 딱이다. 앞다리 날개는 변형됐다. 깃털은 짧고 온몸을 덮는다. 뼈는 결합 부위가 평평하다. 가슴뼈에는 낮은 용골돌기도 있다.

▶정강이뼈와 발가락 사이 부척골(跗蹠骨)이 짧다. 헤엄칠 때는 다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장(腸)이 긴 것과 앞쪽 위(胃)에 잔돌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잠수하기도 쉽다. 호흡·순환계도 바다에 사는 포유류처럼 물에 들어 가는데 편리하다. 남극에만 산다는 황제펭귄의 이력서다. 물론 갈라파고스제도·남아메리카·남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도 발견된다.

▶신상을 더 들여다 보자. 펭귄목 펭귄과의 조류인 이 녀석의 성체 키는 120㎝에 수명은 약 20년이다. 몸무게는 23~45㎏이다. 현존하는 지구촌 펭귄 중 가장 크다. 보통 펭귄하면 가장 먼저 ‘까만색 턱시도 입은 것처럼 생긴 펭귄’이 바로 이 녀석들이다. 추워서 이를 떨치기 위해 늘 차렷 자세로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별명도 ‘남극의 신사’이다.

▶추위에도 정면으로 맞선다. 다른 동물이 추위를 피해 떠난 남극에서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느라 지친 암컷들은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수컷은 무리를 이뤄 알을 품는다. 기온은 영하 50도를 넘나든다. 황제펭귄들은 서로 원 모양으로 무리를 짓고 바람에 저항한다. 원안에서 조금씩 이동하는 허들링을 하면서 버틴다. 성지를 순례하는 무슬림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대규모로 떼지어 있는 모습이 또 압권이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혹한의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도 몇십년 안에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생물학자인 마르셀라 리베르텔리 아르헨티나 남극연구소 연구원이 지적했다. 그는 “탄소중립이 지켜지지 않으면 남위 60~70도 사이 펭귄 서식지는 향후 30~40년 후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갓 태어나 수영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방수 깃털도 없는 새끼 펭귄은 물을 만나면 얼어 죽거나 빠져 죽는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황제펭귄이 사라지면 남극 생태계 전체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어떤 종(種)이 사라진다는 건 생태계의 손실이고, 비극이다. 지구는 후손들에게 빌린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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