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봉수초 등 대형 송전탑·전신주 무방비 노출 전자파·감전 위험… 市교육청 “현장 점검해 개선 검토”
인천 동구 창영초등학교 정문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담장 바로 옆으로 고압 전신주가 놓여 있다. 전신주는 학교 안에 있는 것도 모자라 본관과의 거리도 매우 짧다. 이 전신주와 연결된 고압선은 학교 안 야구장의 조명등과 연결돼 있고 학생들의 통학로 위를 가로 지른다. 학생들이 전신주로 접근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중구 인성초등학교에는 외부 고압선이 학교 운동장을 가로 지르고 옥상에는 송전로가 설치돼 있다. 서구 봉수초등학교에는 학교 바로 뒤, 야산에 대형 송전탑이 있다. 남동구 구월여중은 고압 변압기 박스가 학교 내부에 건물 가까이 붙어 있다.
창영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아래쪽으로는 지중화 사업이 이뤄졌으나 이 곳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중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교육청 등에 의견을 내볼 계획”이라고 했다.
거미줄처럼 얽힌 고압선과 담장을 침범한 전신주, 건물 내부에 변압기 박스 등이 인천지역 원도심 일부 학교들의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8일 인천시교육청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원도심 내 일부 학교들의 고압 송·변전설비 개선 사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 방치된 고압 송·변전설비 주변으로 통학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갖가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먼저 전자파 노출로 인한 질병 위협이다. 국내에는 전자파 위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유해 여부 판단이 어렵다. 신도시에 설립하는 학교에서만 고압 송·변전설비를 위험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원도심 학교들은 지중화 사업이나 설비 이전 사업 등에서 소외받고 있는 셈이다.
또 감전이나 화재 등 학생 안전사고 발생 사고도 있다. 학교 안에 설치된 전신주나 외부로 노출된 변전실은 학생이 해당 시설로 접근하기 쉬워 감전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학교 정문 인근 좁은 보도에 놓인 전신주가 통학로를 방해해 차량사고가 발생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나 한전 등 관계기관 간 비용과 절차 등의 문제로 설비 이전이나 지중화 사업은 답보 상태다. 상당기간 학생들이 고압 송·변전설비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관계기관 간 비용과 절차 등의 문제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설을 희망할 경우 한전에 신청하면 현장을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며 “전신주 이설 작업 비용은 요청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공중통행에 지장이 되거나 위험하다거나 하면, 그런 경우에는 한전이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압선 관련해선 한전 재산이다보니 협의가 쉽진 않다”며 “위험 요소가 있는 학교에 대해 점검해 환경개선 사업 등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제주와 대구는 학교 고압 송·변전설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인천지역과 대조를 이룬다. 제주는 한전과의 협약을 통해 지난 2018년 이도1동 삼성초등학교 인근 길과 주변 이면도로의 전신주를 지중화했다. 대구 수성구청도 지난 2016년 수성구 범어동 동산초등학교 전신주를 제거했다. 당시 이 학교들 모두 한전 주도아래 전신주 제거작업을 했고, 학교 측은 예산을 부담하지 않았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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