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근로자법 시행됐지만… 고용 환경 개선 ‘제자리’

지난달 16일부터 최저임금 보장·4대보험 가능
중개업체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 인증 외면
수원·용인 직업소개소 10곳 “추진 계획 없어”
가사노동자協 “지원책 개선·실태 조사 필요

가사근로자. 연합뉴스

가사근로자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 중인 가사근로자법이 제역할을 하지 못해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 등을 위해 마련된 가사근로자법은 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됐다. 가사근로자는 크게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 간병인 등으로 구분되는데,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따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정부에 ‘인증’을 신청하면 이들 기관에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한다.

가사근로자는 인증기관과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이 가능해져 노동자 권리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그간 비공식 영역에서 직업소개소 차원의 일자리 알선 후 이용자와의 계약으로만 고용돼 기본적인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관들은 정부 인증 후 요구되는 비용에 비해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업계는 인증기관으로 선정되면 부가세, 퇴직금·사회보험료 등 노무비용만 해도 30% 가까이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는 정부도 사회보험료(국민연금·고용보험)의 80%를 지원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를 체감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수원·용인 등에 위치한 직업소개소 10곳에 인증 계획 여부를 문의한 결과, 정부 인증을 받으려 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체들은 정부 인증을 받게 되면, 이후 투입되는 노무비나 부가세 등 비용이 너무 많아져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현재는 가사근로자 규모조차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실태 파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이용자와 가사근로자 사이의 사인(私人)간의 계약으로 이뤄진 탓에 누가 얼마나 가사근로자로 일하는지 알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가사근로자 수를 13만7천여명으로, 월 평균 급여는 100만원대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 역시 도내 가사근로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는 오는 19일 심민자 경기도의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안’ 조례가 통과되면 도 차원의 실태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준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근로자법은 참여하는 직업소개소들이 많아져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이를 위해 직업소개소들에 대한 지원책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고,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 초반이다 보니 아직까지 촘촘하게 마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많은 직업소개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확대를 강구할 것이며,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