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스쿨존 횡단보도 ‘일단멈춤’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인근에 국화꽃과 편지, 인형, 과자와 음료수가 놓여있다. 며칠전 이곳 횡단보도에서 굴착기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시민 모두 스쿨존 사고에 분노하고 있다.

굴착기 운전자는 지난 7일 오후 이 학교 앞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11살의 두 여자 어린이를 치였다. 어린이들은 보행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넜으나, 굴착기는 적신호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주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자는 사고 후 별다른 조치없이 3㎞가량 도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졌고, 1명은 다쳤다.

운전자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굴착기 운전자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했다. 사고 지점이 스쿨존인데도 굴착기는 자동차가 아닌 ‘건설기계’로 분류돼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민식이법은 2019년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초등 2년생인 김민식군이 차에 치여 숨지면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경찰이 적용한 법과 형량 차이가 크다. 굴착기 운전자를 가중처벌할 수 없다는 소식에 논란이 거세다. 스쿨존내 사고인만큼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며 ‘입법 공백’을 지적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스쿨존에서 끔찍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안전 강화를 위해 12일부터 스쿨존내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은, 신호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일단 멈추도록 했다. 어길 경우 차량에 따라 6만~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 제도가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됐더라면, 앞서 떠나간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텐데....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