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 스텝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p 인상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치솟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를 넘보는 상황에서 빅 스텝이 아니고서야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5월26일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연 1.50%에서 1.75%로 높인 바 있다. 전달인 4월(0.25%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진 ‘인상’이었다.
다음 회의는 내일(13일)인데, 여기서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올리는 기록이 된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줄인상하고, 더욱이 역대 최초로 빅 스텝까지 거론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기록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현상도 금통위를 빅 스텝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p인데, 13일 금통위가 0.25%p만 올리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 스텝만 밟아도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다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한은의 또 다른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물가와 환율 관리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 경기도 나빠져 소비 등 실물 경기가 뚜렷하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빅 스텝 확률을 절반 이하로 점치기도 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0.5%p 빅 스텝으로 올해 가계 소비 지출 증가율이 0.5%p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ING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0.25%p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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