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이 모든 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그 첫걸음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활동하는 최윤정 활동가(47)는 여주·파주 등 불법 개 도살장이 있는 곳이라면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국내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힘쓰고 있는 그도 사실 처음부터 동물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혀 다른 직종에서 근무했던 그의 동물에 대한 관심은 약 14년 전 우연히 반려견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며 시작됐다.
정서적으로 끊임없이 교감했던 반려견은 최 활동가의 가족 구성원이 됐고, 어느새 학대 위기에 처한 다른 동물의 상황에도 눈길이 가게 된 것. 그는 기자회견 참여 등 동물복지를 위해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2020년 가을 그는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사명감 하나를 무기 삼아 동물복지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지난해 8월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적발했던 여주시 왕대리의 개 도살장 현장을 꼽았다. 당시 활동가들이 작업장 안으로 들이닥쳤을 땐 전기 쇠꼬챙이로 개들을 찌르기 직전이었고, 감전이 더 잘 이뤄지도록 개들에겐 물이 끼얹어진 상태였다. 철창에 갇힌 개들은 공포에 질려 짖을 수조차 없었고, 당시 최 활동가는 철창에 갇힌 개들이 자신을 쳐다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오는 16일 초복을 앞두고 올해는 개 식용 문제가 여느 해와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최 활동가. 지난해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종식을 사회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발언 이후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반려 인구는 많았지만 개 식용 문제가 이렇게까지 이슈화되진 않았다”면서도 “해당 발언 이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 식용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의 목표는 모든 동물들이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출발점엔 개 식용 종식이 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하는 개 식용 종식조차 이뤄내지 못하면서 다른 동물의 생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최 활동가의 신념이다.
최윤정 활동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식용견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개 도살장에선 수많은 품종견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결국 이 세상엔 식용견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동물이 잔인하게 도살 당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현장에서 힘쓸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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