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디지털 고려장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최근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시국은 참 많은 제도를, 조직 문화를, 다양한 단어를 양산해냈다. 그 중 아마도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언택트(비대면)일 것이다. 비대면 사회는 조직에서 회식 문화를 지워 버렸고, 직장인이라면 당연시 여기던 출·퇴근 문화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겠지만, 암튼 사회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에는 두말의 여지가 없겠다.

그런데 참 씁쓸한 사회 현상도 만들었으니, 바로 ‘디지털 고려장’이다.

▶‘고려장’은 고려시대에 나이 든 부모를 다른 곳에 버려 두고 오던 풍습이 있었다는 도시 전설이다. 고려장이라는 단어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일제의 역사 왜곡설이나 단순한 루머가 확산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설이 돌고 있긴 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 세상에서 무인판매기인 키오스크가 보편화되면서 ‘늙는 것도 서러운’ 노인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소외감을 안기고 있다. 디지털 생활권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는 노인들에게 키오스크는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영업장, 심지어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서류를 떼어야 할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노인들의 이같은 어려움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은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감이 사회 전체와의 단절감과 맞먹는 탓에 ‘자식에게 버림받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로, ‘디지털 고려장’이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시국 이후 일상 전반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었지만, 가파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디지털이 바꾼 사회지만 노인들도 조직의 구성원일 수 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한 정부와 민선 8기 지자체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들이 더욱 소외 받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7월 도시 전설인 고려장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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