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들의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지난 14일 오후 6시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의 온누리연습실. 연습실에 들어서자 바깥과 전혀 다른 공기와 밀도로 가득 찬 특별한 세계가 펼쳐졌다. 앳된 얼굴의 청소년 단원들이 내년 2월에 선보일 정기공연 <스노우데이>의 오프닝 신 ‘My World’에 맞춰 대본 리딩과 안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치 무대에 선 듯 동작을 섞어가며 대사를 읊는 모습, 연보라색 우산을 접었다 펼치면서 서로의 동선과 위치를 끊임 없이 확인하는 광경은 프로 뮤지컬 배우를 떠올리게 할 만큼 체계적이고 진지했다.
이들은 뮤지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미로 뭉친 수원시 내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 창단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뮤지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다양한 체험활동과 공연무대를 통해 청소년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재능을 발산하도록 기회를 준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거나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고, 관련 경연대회에 출전하거나 지역사회 무대에 서기도 한다. 이곳엔 경쟁자도, 따라잡아야 할 등수도 없다. 20여명의 뮤지컬단 소속 학생들은 함께 노력하고 호흡하고 맞춰가며 서로의 꿈을 지지해준다.
뮤지컬단에 참여한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한 배를 탄 이상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가는 공동체가 된다. 함께 호흡하고, 공연을 만들어 나가며 또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면서 달라진 삶,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2년 전에 입단한 성아정양(17)은 “낯을 가렸던 성격이 뮤지컬단 활동을 통해 많이 달라졌다”면서 “입단 전과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다 같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고, 단원들과 함께 연습할 때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배우를 꿈꾸는 정호윤군(17)은 “살면서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데, 여기엔 그런 함께 꿈 꾸는 이들이 있어 즐겁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또래와 더불어 만들어 나가는 꿈을 기대하며 자신들만의 성장일기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유채현양(15)은 “어색하고 소심했던 나를 단원들이 너무 잘 챙겨줬다”며 “앞으로 다른 단원들이 힘들어 할 때 옆에서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감독·제작자를 꿈 꾸는 김은수양(18)은 “공연을 통해 다른 인물로 잠시나마 살면서 캐릭터에 따라 일상이 변화됐던 경험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것 같다”면서 “각자 꿈을 안고 매일 성장해가는 우리들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정유진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예술감독 "결과뿐 아닌 과정도 멋지게"
“성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해요. 단순히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아이들이 삶이 변화됐으면 합니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을 이끄는 정유진 예술감독(46)은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20여 년 간 대학로 등에서 50여 편의 뮤지컬 작품을 작업했다. 정 감독은 2018년부터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음악감독이 됐고, 3년 전부터는 예술감독을 맡아 청소년들에게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과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정 감독은 “학생들이 공연 연습과 무대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공연 선정 단계부터 메시지와 교훈 요소 등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운영 철학은 ‘소통’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렇기에 이 뮤지컬단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 진심을 터놓고 마주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잘’하는 아이들을 육성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삶에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낙오자가 없도록, 비록 잡음이 생기거나 의견 충돌이 생겨도 저는 한 배를 탄 이상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돼 성장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픔을 간직했거나 소심했던 아이들이 활기찬 에너지를 받아가는 과정에서, 또 춤추고 노래하면서 서서히 내면이 치유되고 바뀌는 모습이 보이니까 나도 덩달아서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많다”고 흐뭇해 했다.
아이들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다. 그는 “단원들이 연습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땐 절대로 집에 안 간다”면서 “뮤지컬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화됐던 때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는 내년 2월 정기 공연 준비가 구체화돼가는 시기다. 공연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각색한 <스노우데이>인데, 청소년들에게 울림을 주는 뮤지컬로 단원들 각자의 삶이 공연을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했다.
올해의 반환점을 지난 이 시점에, 정 감독은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멋진 결과’ 만큼이나 중요한 ‘멋진 과정’이다. 그는 “공연을 멋지게 선보이는 것만큼 준비 과정을 멋지게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매 순간 지나가는 삶의 조각들이 한 편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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