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청 과학수사대, 3층서 고의 추락 가능성 실험 동급생 피의자 “밀지 않았다” 살인 혐의 부인했지만 법조계 “보강 수사땐 미필적 고의 등 적용 가능성”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여학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가해 남학생에 대해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준강간치사 혐의를 받는 인하대 1학년생 A씨(20)가 지인인 20대 여성 B씨를 캠퍼스 내 한 단과대학 건물 3층에서 고의로 떠밀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인천청 과학수사대는 최근 수사요원들을 투입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이 3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는 다양한 상황을 실험했다. 경찰이 이 같은 수사를 하는 이유는 A씨의 혐의를 준강간치사보다 강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현재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B씨를 고의로 밀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A씨의 범죄행위에 대해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현행법은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이 있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타인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지 또는 예상했다면 인정한다. 바로 ‘미필적 고의’다. 쉽게 말해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죽어도 난 몰라, 죽어도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있다. 부작위는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결과가 발생할 경우를 의미한다. 즉 내버려두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법조계는 경찰이 보강수사를 하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내비친다. 먼저 A씨가 B씨를 강간하려는 과정에서 반항하는 B씨를 밀어 떨어뜨렸다면 A씨는 B씨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행위를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 또 B씨가 A씨로 인한 강간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면 A씨가 피흘리는 B씨를 보고도 119 등에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부작의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B씨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떨어진 것을 보지 못했다면 혐의 적용이 어려워진다. 다만, A씨가 B씨의 옷가지 등을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 시도’ 판단이 더해지면, B씨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A씨가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A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경찰이 B씨의 추락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에 비춰 볼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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