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안산시장 투표지를 재검표했다. 결과 이민근 시장의 당선이 재확인됐다. 미세한 차이는 있었다. 당초 181표 차이에서 2표가 줄었다. 안산시장 투표지는 모두 26만586장이다. 181표는 경기도 시장군수 선거 가운데 가장 근소한 표 차이였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제종길 후보가 ‘안산시장 당선 무효’ 소청을 냈다. 제 후보의 소청은 잠정 무효표를 검표하는 과정에 대한 이의에 맞춰졌다. 또 소를 제기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번 재검표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이뤄졌다. 소청 당사자 등 참관인이 참석한 가운데 보관 상자의 포장 봉인 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그 뒤 상자를 열어 100매씩 묶여 있는 투표지를 한장 한장 확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검증은 전체 투표지 계수, 후보자 별 투표지 검증, 이의제기 투표지 처리, 위원 검열, 검증 결과 공표 순으로 이어졌다. 투표지 검증을 위해 투입된 인력만 선관위 소속 직원 110여 명이었다.
선거에서 개표 이의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의 박빙 대결이 많은 경기·인천에서는 특히 많다. 그 중에 ‘박세표’라는 별칭을 남긴 경기 광주 총선 역사도 있다. 박혁규 후보가 상대 후보에 3표 이겼다. 재검표 결과 3표가 2표로 줄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2016년 총선에서는 인천 부평갑이 재검표를 했다. 26표 차이로 패배한 쪽이 소송을 제기했다. 23표 차이로 줄었지만 역시 결과는 그대로였다. 재검표로 뒤집힌 선거 역사가 없다.
이번 재검표가 갖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개표 불신 분위기가 팽배한 환경이다. 2020 총선 이후 계속되는 개표 부정 주장이 있다. 쏠림 현상이 나타난 부재자 투표지 개표에 대한 의혹이 발단이었다. 점차 전자 개표 자체에 대한 의혹, 권력에 의한 부정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다. 권력이 교체되면서 의혹 자체가 정당성을 잃은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부정을 주장하는 일부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때 치러진 재검표였다. 상징하는 바 크다.
패배한 후보자들에 재검표 요구는 권리다. 하지만 이런 권리 행사에는 결과와의 등가성이 있어야 한다. 턱 없는 요구로 인력·예산이 소비되고 선거 불신 풍조가 조성된다면 그건 정당한 범주를 넘는 요구다. 이럴 때 새길 말이 있다. 2020 총선 인천 동·미추홀에서 남영희 후보가 171표 차이로 졌다. 이에 재검표를 요청했다가 곧 취소했다. 결과에 승복하면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으나 그건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
재검표 요구는 수백명의 공무원에게 수만, 수십만표를 세어 보게 하는 일이다.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눈이 삐뚤어지지는 않았는지 숙고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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