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경제 위기에 여야의 셈법만 치열합니다... 삼성전자 산단 등 중앙 정부 문턱 닳도록 다니지 않았다면 못 이뤘을 성과입니다”
#민생 경제 위기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경제부지사 추천권을 놓고 경기도의회 여야 간 셈법이 치열합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협치를 얘기하며 도정 운영을 함께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경제부지사직 인사 추천권부터 첩첩산중입니다.
-서울시의회는 한창 바쁘다. 6조원의 추경안 심사를 시작했다. 안심·안전, 일상회복, 노숙인, 저소득층, 아동.... 하나같이 경기도에도 다급한 항목이다. 그런데 경기도의회는 아무것도 안 한다. 추경안을 받을 조직이 없다. 의장도 없고, 위원장도 없다. 연봉 6천659만원만 차곡차곡 적립된다. 협치라는 명분도 오간 데 없다. 당리당략 싸움이고 감투 따먹기다. 그 핵심에 경제부지사 논란이 있다. 보면서 욕 안 하는 도민이 없다.
#경제부지사는 경기도의회는 물론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명되어야 합니다. 일자리가 많은 경기도,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가 필수입니다. LG필립스의 파주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이야말로 규제 완화 덕분에 성공한 도내 대규모 투자 사례입니다.
-LG필립스 파주 유치는 전설이다. 규모 100억 달러, 일자리 2만개다. 2005년이니 노무현 정부 때다. 국가균형발전론이 휩쓸던 때다. 그 장벽을 무너뜨린 결과다. ‘규제의 땅’ 경기 북부라서 더 쾌거다. 4년 걸릴 공사기간도 1년으로 단축했다. 준공식에 노 대통령이 경기 지사에 말했다.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그 떼를 써 댄 게 건 경기도 공무원들이다. 부지사, 투자진흥관 등 ‘비밀유지팀’ 6명이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투자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 평택 고덕 산단도 당시 경제부지사가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인허가가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힘썼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앙정부 문턱을 닳도록 다니지 않았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성과입니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의 왕국이다. 그 왕국의 중심이 경기도다. 국내 반도체 기업 252개 가운데 162개가 경기도에 있다(2019년 현재). 평택 삼성 고덕 산단, 이천 하이닉스 단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다 경기도다. 유치와 정착에 매번 경기도청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꾸려진 TF는 ‘2019년 팀’이다. 총괄을 행정 2부지사, 평화 부지사가 맡았다. 이들이 한 일도 전에 그것과 같다. 간, 쓸개 버리고 중앙 정부에 매달리는 거였다.
#이런 측면에서 “김 지사가 경제전문가인데, 굳이 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할 필요가 있냐”는 야당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결국 경제부지사가 설득해야 할 상대는 새 정부의 결정권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회 의원 모두를 우군으로 두면서 원활한 국비 지원과 인허가를 위해 경기도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으로 내세워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일을 많이 한 도지사’로 한 사람이 꼽힌다. 임창렬 지사(1998~2002)다. 판교테크노밸리, 세계도자기엑스포, 고양킨텍스, 평택항.... 경기도 동서남북에 흔적이 또렷하다. 그 중에 최고는 법률 혁파다. 그 스스로도 ‘법 개정’을 가장 자랑한다. 경기도를 발목 잡는 법·령·규칙 백수십 개가 그때 바뀌었다. 그때 바뀐 법으로 지금 경기도가 먹고 산다. 중앙 정부와의 협상·맞댐의 결과다. 법을 바꿔냈던 진정한 능력자들이었다.
#부지사직을 2년 뒤 총선용 직함으로만 활용할 인물이 내정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부지사에서 정무부지사로 명칭이 또 바뀌는 날을 목도하고야 말 것입니다. 경기도의회 여야는 경제부지사직 추천권 고집에 앞서 적임자를 찾는 혜안부터 기르기를 바랍니다.
-신임 경제부지사가 20일 내정됐다. 도지사의 고유한 인사권이다. 편지는 그래서 약간의 때를 빗겨간다. 하지만 글쓴이-경기도 공무원 출신으로 보이는-의 진정성만은 절절하다. ‘자리 싸움 의회’에 대한 분노, ‘휘둘리는 도청’에 대한 걱정, ‘부지사 자격’에 대한 조언이 그것이다. 편지 속 언어가 좀 투박하면 어떤가. 경기도를 아끼는 마음만은 넉넉히 전해온다. 이런 ‘경기도맨’들이 참 많다. 몸은 떠났는데 마음은 떠나지 못하는....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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