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선조의 초상화가 없었는데, 올해는 영인본을 두고 제례를 올리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7일 의정부시 낙양동의 한 제실에서 조선후기 경기도수군절도사와 경상우도병마절도사를 지낸 ‘최명주(崔命柱, 1693~1748)’의 제례가 초상화를 갖춰 2년만에 열렸다. 이날 경기도의 주요 종중인 전주최씨 병사공파 종중(회장 최호광)은 최명주의 초상화 영인본을 제사상 앞에 두고 모처럼만에 제례를 진행했다.
종중은 지난 2019년 11월 최명주의 초상화와 교지를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 교지는 최명주가 1722년 6월 선전관(宣傳官)으로서 무과에 응시해 병과(丙科) 제96인으로 합격한 증서이다. 종중은 대대로 집과 제실에서 정성을 기울여 초상화와 교지를 보관해왔다. 특히 초상화는 제례를 지낼 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선조의 영정을 품에서 떠나보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영인본으로 초상화를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종중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초상화 등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270여년 된 초상화·교지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탓에 보관이 어렵고, 도난·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중은 최명주란 인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조선시대 사대부 연구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증을 했었다.
이에 도박물관은 최명주의 초상화를 보존 처리한 뒤 첨단 사진촬영 장비 등으로 실물과 동일하게 영인본을 재현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전달식을 진행하지 못하다 이날 최명주의 기일에 맞춰 종중에 건넸다.
최호중 종중 사무국장(69)은 “영인본이 초상화와 똑같아 이질감이 없고, 보관도 비교적 쉬워져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후손들만 초상화를 보며 모시기 보다는, 박물관에서 잘 보관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선조의 업적 등을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도박물관은 사대부 등의 초상화를 종중에서 기증 받을 시 유물 평가액의 20% 이내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모사본 또는 영인본을 제작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국내 최초로 기증받은 초상화의 모사본 등을 제작·지원하는 사업에 나섰다. 소장 유물을 확대하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종중이 선조의 초상화 없이 제례를 지내기 어려워 해 초상화의 기증을 망설이는 데 대한 지원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도박물관은 각 종중에게 기증받은 정몽주, 송언신, 심환지 초상화 등 19점의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초상화를 포함한 100여 점의 사대부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다.
이영은 경기도박물관 학예운영실장은 “단순히 유물을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연구·모사를 통해 조선시대의 초상화 제작 기법을 후대에게 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중요한 유물인 만큼 잘 보존하고 보관해서 관람객에게 많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자연·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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