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8-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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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티우아칸 유적지 태양과 달의 피라미드에서 발굴한 석조 의식용 유물로 모서리 해골상은 어린이를 틀라록 신에게 인신공희한 상징

‘올멕’은 나우아틀어로 ‘고무 사람(rubber people)’이란 뜻의 올메카틀(olmecatl)이 변형된 데에서 유래했다. 박물관과 치첸이트사를 비롯한 고대 유적지에 있는 고무공 놀이 석조 원형 틀도 올멕 시대에 처음 시작했다고 하니, 이 놀이 역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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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멕 시대 고무공 놀이에 사용한 석조 원형 틀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와 연관된 해와 달은 빛과 어둠·삶과 죽음·기쁨과 고독이 공존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고대 벽화와 현대 미술에도 희화돼 있다. 아스텍의 해골과 얼굴 가면은 죽음과 삶의 공존을 나타내는 정체성으로, 현대 문학과 미술에 두드러지는 이러한 죽음에 대한 초연한 자세는 멕시코 문화가 갖는 이원성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콜로니얼 시대 기독교 문화와 혼합된 ‘죽은 자의 날’ 전통으로 계승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 이렇듯 멕시코 문화에서 ‘죽음’은 마음에 꺼리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존재하는 또 다른 단면이고, 죽음에 얽매이지 않는 인생관에서 멕시코 문화의 이중적인 면을 본다.

박물관만큼 그 나라 문화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도 드물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웅장하고 고색 찬란한 박물관 외관에 익숙한 경험에 비춰 입장할 때는 다소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박물관을 둘러보고 유물의 가치·종류·수량 뿐만 아니라 독특한 건축 설계와 전시 방식은 손색이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신축하는 나라에서는 이 박물관을 많이 참고한다고 한다.

여행이란 계획하고 정해진 길에서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지만, 벗어난 길에서도 또 다른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박물관 여행은 처음부터 찾는 일정이었지만, 현장에서 예상과 달리 멕시코의 다양한 고대 문명을 만났고, 문헌과 사료 조사과정에서 고대 사회의 변천과 흥망 과정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도 보았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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