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資源富國)이다. 페르시아어로 땅을 뜻하는 ‘스탄(Stan)’이 붙은 나라들을 대표한다.
▶이 나라의 ‘탈라스’라는 도시에서 남서쪽으로 190㎞ 떨어진 곳에 탈라스 강이 흐른다. 주변에선 잎담배 재배와 양·산양 방목이 이뤄진다. 이곳에서 8세기 중반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탈라스 전투’가 펼쳐졌다.
▶아랍 군대와 당나라 군대가 회전(會戰)했다. 당시 탈라스 강변에서 당나라 군대 3만여명과 이슬람 압바스 왕조와 티베트 연합군 8만여명이 맞붙었다. 당나라 군대는 병력 열세에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닷새 동안 이어진 전투의 초반 양상은 대등했지만 당나라 군대가 무너졌다. 동맹군으로 참전했던 카를루크가 압바스 측에 붙으면서 당나라 군대는 전멸했다. 장수와 병사 수천명만 가까스로 도망쳤다. 751년 오늘의 일이다.
▶이 전투에 대한 중국의 기록은 짧다. 동원된 병력이 많지 않은 데다 진 싸움이어서 그렇겠다. 승자인 이슬람의 기록도 많진 않다. 승장인 아부 무슬림이 견제받다 암살당한 뒤 기록도 함께 지워진 탓이다. 양쪽에서 기억하기 싫거나, 지우고 싶었을 터이다.
▶하지만 세계사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중원을 차지했던 당나라와 압바스 왕조라는 두 제국의 충돌로 중국의 서진(西進)이 막혔다.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이슬람과 유교세계 경계선도 이 전투의 결과다. 불교·힌두교·조로아스터교·기독교를 신봉하던 중앙아시아도 모두 이슬람교로 바뀌었다.
▶이들 지역 나라들의 국명이 ‘스탄’으로 끝나는 점도 이 전투의 소산물이다. 무엇보다 큰 영향은 제지술의 전파다. 당나라 군대 포로들을 통해 제지술이 서역에 알려졌다. 이슬람이 지배하던 스페인 발렌시아에도 제지술이 도입됐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역사는 이처럼 결코 한곳에만, 한 시대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된다. 역사가 일깨워주는 명쾌한 이치(理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