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문제가 있다 싶어 주민들에게 알리고 긴급하게 대피 했어요”
10일 오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한 마을 입구. 마을로 진입하는 입구를 노란색테이프로 차단했다. 옆으로는 소방서가 설치한 상황실이 마련돼 있고 일단의 대원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마을 진입로 옆으로 창고와 건물등이 늘어서 있다. 그 뒤로 20여 m언덕위로 여러동의 빌라가 눈에 들어 온다. 빌라와 빌라 사이로 보일듯 말듯 콘크리트 덩어리가 앞으로 노출돼 있다.
길을 돌아 콘크리트 덩어리가 보이는 빌라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주민 서너명이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다. 단지 앞으로도 출입금지를 알리는 테이프가 쳐져 있다. 빌라 단지가 끝나는 곳에는 광주시에서 설치한 상황실이 마련돼 있고 공무원 십여명이 심각한 얼굴로 논의를 하고 있다.
8일부터 3일째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에 9일 오후 11시 8분께 광주시 초월읍 한 빌라 뒷편에 설치된 주차장과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린 아스콘덩어리는 빌라 아래 있는 창고 건물뒤에 아찔하게 걸쳐져 있다. 무너져 내린 옹벽은 인근 병원의 기숙사 건물 뒤편으로도 쏟아졌다. 콘크리트 옹벽은 두부조각 처럼 잘려 나갔고, 무너져 내런 옹벽속에 감춰져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흉물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무너진 흙더미 곳곳에는 파란색 비가림막이 보인다. 폭우를 대비하기 설치한 것이기는 하겠으나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포크레인 한대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복구를 위해 투입했으나 물을 먹어 스폰지 처럼 변한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작업을 포기한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오후 6시께 3동 뒤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바닥에 금이 갈라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10시께에는 30cm넘게 주차장 바닥이 갈라져 있었다"라며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다른 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알려 함께 긴급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사고로 단지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40여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해 불안에 떨며 밤을 세웠다. 이날도 주민들은 불안감에 빌라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밖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전부터 사고조짐이 있었다. 워낙에 비가 많이 내린탓도 있지만 실금이 보여 하자보수를 요청했으나 그럴때 마다 돌아온 답은 비가림막을 설치해 주는 정도 였다” 라며 “ 이 일대는 한곳에서 개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변의 개발을 위해 많은 양의 성토를 했는데 불안하다”고 했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긴급 안전진단 결과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빌라 2개동의 일시 통제를 결정했다. 계측기 설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점검하는 한편, 빠른 시일내에 복구가 이뤄지도록 노력 할것이다"라며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등 이재민들의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세환 시장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인명피해 및 침수피해에 대해 대응 현황과 복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광주지역에는 10일 오전 3시 기준 송정‧탄벌동 535.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는 등 평균 435.15㎜의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 3명(사망 1명, 실종 2명), 이재민 109세대 253명이 발생했다.
이에 방 시장은 9일 새벽부터 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우선 실종자 수색 현장을 찾은 방 시장은 목현동 138 일원을 방문해 실종자 수색과 토사유실, 도로유실, 침수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 현황 및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토사유실로 피해를 입은 퇴촌면 우산리 피해 현장을 방문한 방 시장은 피해 상황을 점검한 후 토사유실로 발생한 흙더미가 도로 등으로 흘러내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방 시장은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며 “10일까지 강우가 예보된 만큼 더 이상 피해가 늘지 않도록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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