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옥으로” 불법 도살장, 소유권 포기 설득 소극적인 여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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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구출된 백구 한 마리가 철창에 갇혀 있다. 김정규기자

지난달 여주에서 적발된 불법 개 도살장(경기일보 7월11일자 7면)에서 구출된 개들에 대한 소유권 포기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은 상황에서 여주시가 도살장 측의 소유권 포기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여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에서 구출된 개 10마리는 현재 여주시 보호소에서 보호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선 부부 A씨와 B씨가 트럭에 개 7마리를 싣고 도살장으로 진입하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이날 경찰과 여주시, 동물권행동 카라는 약 7시간 만에 도살장 앞에 묶여있던 개 3마리를 포함 총 10마리를 ‘피학대동물 긴급격리’ 조치를 단행해 시 보호소로 옮겼다.

이후 이들 부부는 7마리에 대해선 ‘식용견’임을 인정하며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도살장 적발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도살장 앞에 묶여있던 개 3마리의 소유권 문제다. A씨 등은 3마리는 자신들이 키우던 ‘반려견’이라 주장하며 소유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여주경찰서는 A씨와 B씨의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고 이들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이 때문에 사건 이후 한 달이 넘게 소유권을 포기시키지 못한 여주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들 부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주시가 끝내 이들을 설득하지 못할 시 현행법상 자신들의 개를 되찾아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여곡절 끝에 동물학대 현장에서 구출된 개들이 다시 ‘지옥’ 같은 도살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 무엇보다 해당 개들은 아나플라즈마증, 심장사상충 등에 감염돼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주시는 긴급 치료는 하고 있지만 ‘주인’의 허락이 없이는 정밀한 진료를 섣불리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윤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지금 여주시의 행동은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의 치료를 학대한 부모에게 물어보고 진행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여주시는 이들 부부로부터 포기 각서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개들에 대한 정밀한 외래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주시 관계자는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들의 사유재산인 개들을 강제로 빼앗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조만간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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