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KoCACA·이하 한문연)가 오는 30일 회장 선출 선거를 앞둔 가운데, 현재 회장의 연임을 위해 한문연이 정관을 개정했다는 의혹이 회원기관들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16일 한문연에 따르면 지난 6월23일 정관을 개정하면서 ‘회장선거관리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규정엔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후보자 등록 조건, 선거운동 방법 등을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문연은 규정 제13조에 ‘회원기관 또는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회장 후보자의 등록 조건을 명시했다. 이에 따른 세부 규정으로 회원기관 전체 227개 중 10분의 1 이상인 23개 기관 이상의 기관 추천서를 받거나 이사회의 추천을 받을 시 출석 이사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회원기관들은 사실상 회장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A 회원기관 관계자 B씨는 “한문연이 선거일을 지난 4일에서야 공고했다. 15일까지 후보 등록을 해야 하니, 10일 동안 추천서 23개 이상을 받아오라는 건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이승정 현 회장이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데, 이 회장 체제에서 꾸린 이사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는가. 사실상 회장이 연임하려고 만들어진 규정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특히 한문연이 회장 후보자 요건을 총회를 거쳐야 하는 정관에 명시하는 대신 ‘회장 선거 관리 규정’을 만든 것 자체가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관의 개정은 이사회와 총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규정의 제·개정은 이사회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이에 따라 한문연은 해당 규정을 227개 회원기관의 동의를 얻는 총회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의 동의만 얻어 제정했다.
회장 후보자 요건을 명시한 한문연의 규정 제정은 이례적이다. 233개 회원기관을 보유한 한국문화원연합회의 경우, 정회원 중 누구나 회장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으며 특별한 자격 조건을 두지 않았다.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역시 회장 후보자 등록 조건이 없으며, 회장 선출 규정을 정관에 명시해 놔 개정을 하려면 총회를 거쳐야 한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도 회장 선출 관련 내용을 정관에 명시했고, 이사 중에 회장을 선출하던 종전 방식에서 누구나 입후보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 중이다.
특히 한문연이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대한 회원기관의 공청회를 열었을 당시, 해당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회원기관들의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뤘음에도 원안대로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C 회원기관 관계자 D씨는 “공청회에서 반발이 굉장히 많았는데 반영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공청회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23개 기관의 추천서를 받는 것이 사전투표의 성격이 강해 혹시라도 회장이 알게 돼 불이익을 당할까 추천 도장을 찍지 않은 기관이 많았다. 그래서 2명이 회장 후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문연 관계자는 “후보들의 난립을 막고, 회원기관 중 10%의 동의를 얻어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자격 조건을 명시한 것”이라며 “지난 선거를 거치며 규정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관, 규정을 제·개정했다”고 반박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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