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대책에 ‘특별법’은 쏙 빠져...주민들 재건축 찬물 반발 확산 2·3기 신도시는 구체적 대책 제시 불구 '1기 관련' 언급없어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위한 ‘재정비 마스터플랜’ 마련 시점을 2024년으로 미루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거론하며 재건축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지 못한 채 시기마저 늦춰졌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1·2·3기 신도시 각각의 정책사업을 제시했다. 교통망 확충 등 비교적 구체적인 2·3기 신도시의 대책과는 달리 1기 신도시 대책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한다’는 것이 전부다. 국정과제에서 꺼냈던 특별법 등에 대한 내용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포시 산본동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은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는 건 계속 얘기했던 건데, 아직까지 구체화된 건 하나도 없다”며 “이젠 신뢰도 안 가고, 별 기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역시 “1기 신도시엔 노후화된 단지가 많아 재건축이 시급한데 점점 연기만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미뤄지기만 하면 주민들의 반발만 심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그간 이어졌던 거래 절벽보다 더한 냉각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안양 평촌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동안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해 급매 매물이 나오면 거래가 체결은 됐었는데, 일단은 정책도 미뤄졌으니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 같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1~2주 전 매물을 팔고 나간 사람이 ‘승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군포 산본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거짓말처럼 어제부터 문의가 끊겼다. 오늘 ‘재건축 되긴 되냐’고 물어본 전화 한 통이 전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체적인 큰 그림은 그리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밑그림이 없어 시장이 혼선을 겪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장의 상황만 분석해서 내놓은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에는 “이번 대책으로 매도자들이 던진 실망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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