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는 한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뜻한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빅밴,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도 이미 15년 이전부터 그런 야심찬 사업을 추진해 왔다. 송도 6·8공구에 지어 올리려던 극초고층 인천타워 사업이다. 2008년 6월에는 당시의 대통령까지 참석한 성대한 착공식도 가졌다. 그러나 그뿐, 여전히 잡초 무성한 빈 땅으로 남겨져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것인가.
송도 6·8공구는 송도국제도시 개발 초기부터 랜드마크 부지로 점찍어졌다.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해상교량인 인천대교의 시작점에 송도국제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지어 올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곧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무산됐다. 그 이후의 사업 추진 과정은 난맥상 그 자체였다. 2010년 민선 5기 시정이 들어서자 송도 6·8공구의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층수를 102층 이하로 낮추고 시행사와 무려 86차례의 협의를 거쳐 33만㎡를 제외한 부지의 개발권을 회수했다. 민선 6기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월드마켓센터를 차용한 엑스포시티타워가 한때 추진되기도 했다.
2017년 들어 인천경제청은 다시 공모를 통해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땅값 등에 대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이 민간사업체가 제기한 소송전에 휘말렸다. 3년간 지루하게 이어진 법적 다툼의 결과는 인천시 측의 패소였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다시 사업계획 협상에 들어가 올해 초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민선 8기 인수위원회가 랜드마크 사업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랜드마크 사업은 다시 멈춰 있다. 지난 15년간 15차례나 사업계획이 바뀌었던 랜드마크 사업의 전말이다.
인천타워의 모델은 당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버즈 두바이’였다. 높이 800m의 160층짜리 마천루였다. 일부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여전히 랜드마크타워에 대해 151층을 주장한다고 한다. 랜드마크를 초고층 순위로만 재는 것도 이미 지난 시절의 얘기다. 이제는 랜드마크가 품게 될 콘텐츠가 더 중요한 시대다. 그에 앞서, 그간의 경과를 반추해 볼 때 인천시가 과연 이만한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고비 고비마다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예측가능성이 생명인 시장을 교란시킨 결과는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러다가는 송도 중의 송도가 될 6·8공구 랜드마크는 어느 때에나 시민들 앞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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