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은 무엇일까. 생존을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 먹는 행위는 하나의 오락이 됐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타인의 대리만족을 위해, 호기심에 먹는 행위를 한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먹는 음식들은 무수히 많은 쓰레기로 버려지게 되지만 지구 한 편에선 여전히 먹을 것이 부족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먹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가 열렸다. 23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개최된 남기성 작가의 개인전 <이빨자국>이다.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빨자국>은 남기성 작가의 8번째 개인전으로 먹는 행위에 대한 흔적들을 촬영한 사진 ‘이빨자국’ 시리즈 20점이 전시됐다. 남기성 작가는 먼지, 동전, 머리카락 등 일상에서 익숙한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습관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습관이 빛을 발했다.
남기성 작가는 지난 2019년부터 그가 일상에서 먹고 남았던 부속물에 집중했다. 삼계탕 한그릇을 먹고 남은 닭 뼈, 갈비탕에서 나온 뼈, 한입 베어 문 총각김치, 다 뜯고 남은 족발, 잘 발라먹은 가자미 가시 등이다. 남 작가는 “우연히 ‘먹방’을 보게 됐다. 우리는 재미로 먹는 행위를 하는데 한쪽에선 먹을 것이 부족해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 살기 위해 먹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오락으로 즐기고 있는 것 자체가 가진이들의 폭력성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이빨자국’ 시리즈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사진을 멀리서 보면 추상적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음식이었던 것들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남 작가는 우리 주변의 흔한 것을 다르게 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먹고 남은 것들을 검은 배경에 올린 뒤 역광을 비췄다. 남 작가는 “거창한 소재 보다 흔하고 사소해서 시각적 대상이 되지 않는 하찮은 것에 관심이 간다”며 “너무 친숙하고 일상적이어서 시각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에서 무엇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상에서 우리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같은 형태로 여러 번 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다르게 봤을 때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남기성 작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일상에서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보고 사진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 이후엔 우리가 죽인 모기, 바퀴벌레 등에서 인간이 가진 욕심을 찾아 사진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남 작가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색다르게 관찰하고 먹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며 “나의 사진을 통해 관객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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