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금 전액기부…경기도 소방관 '1호 나눔리더' 이재성 소방장

지난 22일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경기도소방안전본부 특수대응단에서 ‘경기도 1호 나눔리더’인 서신철 소방령(왼쪽)과, 기부에 함께 동참한 동료 이재성 소방장(오른쪽)이 소방헬기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은진기자

“구조 활동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뿐 아니라 기부로 사회적인 도움까지 드리고 싶어요”

용인특례시 처인구에 위치한 경기도소방안전본부 특수대응단에 경기지역 최초의 ‘소방관 나눔리더’인 이재성 소방장(37)이 있다.

나눔리더는 경기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도지회)에 1년 내 100만원 이상 일시 또는 약정기부를 한 개인 기부자를 의미한다. 이 소방장은 지난 6월 항공2팀 팀장인 서신철 소방령(53)과 함께 2021년도 성과 시상금을 100만원씩 모아 총 200만원을 온전히 기부하면서 경기지역 소방관 최초로 나눔리더에 가입했다.

평소 취약계층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이 소방장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형편이 늘 아쉬웠다. 아들 3명을 키우는 다둥이 아빠가 가진 부담도 컸다. 그렇게 16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성과금’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발단은 2020년, 러시아의 한 제조사가 러시아산 헬기 정비 방식을 두고 ‘고장유무와 상관 없이 사용한 지 2천 시간마다 부품을 교환하라’는 요구를 했을 때다.

특수대응단 항공2팀의 유일한 정비사인 이 소방장은 소방헬기의 부품 하나하나는 물론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는데 이 같은 요구를 받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에는 고장 시 부품을 바꾸면 됐지만 러시아 측의 갑작스런 통보로 추가 예산이 들 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이 소방장은 산림청, 공군 등 기관별 담당 정비사들과 협업해 부당 조치에 항의했다. 국내 약 30대의 러시아산 헬기 운행에 차질이 생기고 재난상황 발생 시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협의 시간을 보내길 1년, 결국 이 소방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비 방식은 그대로 유지됐다. 경기도는 부품 구입 예산 약 13억6천만 원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이 소방장 등에게 포상을 내렸다.

좋은 일로 받은 성과금이라 좋은 곳에 쓰고 싶었던 이 소방장과 서 소방령은 고민 끝에 전액 기부를 결정했다. 오랜 다짐을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소방장은 “기부 직후엔 ‘잘한 게 맞나’라는 후회도 조금 들었지만 저를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다보니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방관으로서 구조, 기부 등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