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활동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뿐 아니라 기부로 사회적인 도움까지 드리고 싶어요”
용인특례시 처인구에 위치한 경기도소방안전본부 특수대응단에 경기지역 최초의 ‘소방관 나눔리더’인 이재성 소방장(37)이 있다.
나눔리더는 경기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도지회)에 1년 내 100만원 이상 일시 또는 약정기부를 한 개인 기부자를 의미한다. 이 소방장은 지난 6월 항공2팀 팀장인 서신철 소방령(53)과 함께 2021년도 성과 시상금을 100만원씩 모아 총 200만원을 온전히 기부하면서 경기지역 소방관 최초로 나눔리더에 가입했다.
평소 취약계층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이 소방장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형편이 늘 아쉬웠다. 아들 3명을 키우는 다둥이 아빠가 가진 부담도 컸다. 그렇게 16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성과금’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발단은 2020년, 러시아의 한 제조사가 러시아산 헬기 정비 방식을 두고 ‘고장유무와 상관 없이 사용한 지 2천 시간마다 부품을 교환하라’는 요구를 했을 때다.
특수대응단 항공2팀의 유일한 정비사인 이 소방장은 소방헬기의 부품 하나하나는 물론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는데 이 같은 요구를 받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에는 고장 시 부품을 바꾸면 됐지만 러시아 측의 갑작스런 통보로 추가 예산이 들 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이 소방장은 산림청, 공군 등 기관별 담당 정비사들과 협업해 부당 조치에 항의했다. 국내 약 30대의 러시아산 헬기 운행에 차질이 생기고 재난상황 발생 시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협의 시간을 보내길 1년, 결국 이 소방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비 방식은 그대로 유지됐다. 경기도는 부품 구입 예산 약 13억6천만 원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이 소방장 등에게 포상을 내렸다.
좋은 일로 받은 성과금이라 좋은 곳에 쓰고 싶었던 이 소방장과 서 소방령은 고민 끝에 전액 기부를 결정했다. 오랜 다짐을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소방장은 “기부 직후엔 ‘잘한 게 맞나’라는 후회도 조금 들었지만 저를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다보니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방관으로서 구조, 기부 등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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