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중증질환과 채무에 시달리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다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던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경기일보가 최초 보도해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14년 ‘송파 세 모녀’와 흡사해 여전히 복지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수원의 세 모녀는 복지행정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될 수 있었으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실제 주거지와 주소 등록지가 달라 복지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부터 보증금 300만원에 월 42만원짜리 수원의 주택으로 옮기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원래 살던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가 약 16개월 치 밀린 사실을 확인해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안내문을 우편으로 보내고, 이달 초 직원이 주민등록상 주소로 방문했지만 거주하지 않는 사실만 확인하고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
수원 세 모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라 위기 가구로 지정될 조건이 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상황을 인지했거나 당사자들이 복지서비스 신청을 했다면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좀 더 촘촘한 복지행정제도를 마련해 도움을 줬더라면, 이런 참담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제도는 당사자가 복지서비스를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위기 가구를 찾아내 서비스하도록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삶의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도지사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
수원 세 모녀처럼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행방과 상황을 파악해 챙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생활고를 겪고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채무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고도 사는 곳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연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예측, 고위험군(상위 2∼3%)을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그런데 정부는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가 ‘고위험군’인데도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다. 특단의 조치든 핫라인이든 말로만 하는 것은 소용없다. 실효성 있는 복지 사각지대의 발굴·지원체계 보완이 절실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