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원→3천260원.’
사과(홍로) 한 개(상품 기준)가 농민의 손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대략적인 가격 변화다. 농산물은 생산자부터 도매상, 소매상 등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유통비와 인건비가 더해진다.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제수용 과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사과의 유통 과정을 직접 따라가면서 어디서 어떻게 가격이 붙는지 확인해봤다.
27일 추석 제수용품으로 쓰일 사과 수확이 한창인 경기도의 한 농장. 이곳에서 수확된 사과는 10㎏ 단위(20~26개)로 포장된 후 수원, 구리 등의 공판장으로 보내진다.
이후 공판장에서 경매를 거치는데, 농산물인 만큼 같은 등급이라도 크기와 색상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전날에는 도내 공판장에서 ㎏당 평균 2천6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1개당 1천~1천300원에 판매되는 셈인데, 여기서 유통비와 경매사의 인건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 농민의 손에 쥐어진다.
경매를 통해 사과를 구입한 중도매인들은 마트나 동네 과일 가게로 넘기게 되는데, 이 평균가격이 6만3천원가량(10㎏)이다. 사과 하나의 몸값이 2천500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제 인건비와 유통비 등이 더해지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위해 소분된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은 개당 3천260원으로 유통 과정에서 약 2.5배 비싸진 셈이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 등 부수적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해 발표(1월5일)한 ‘2020년 유통실태 종합’을 보면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소비자 구입비용에서 유통비 비율)은 47.5%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농산물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유통비용률은 출하단계(8.5%)→도매(10.8%)→소매(28.2%)순으로 유통 단계를 거칠수록 마진이 많이 생기는 구조였다. 본보의 취재 품목이었던 사과의 유통비용률은 46.2%였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농산물의 평균 유통 마진은 농산물 소비자가의 절반가량으로, 그 비율이 높다”면서 “불필요한 유통 과정을 간소화시키고 유통 마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도 개선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전통시장 추석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전통시장에서 30만1천원, 대형마트에서는 40만8천42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2만6천500원(9.7%), 2만4천600원(6.4%) 상승한 수치다.
한수진·이은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