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국방의 의무는 16~60세 남성들이 짊어졌다. 왕의 평균수명이 47세였고, 일반 백성도 60세를 넘기면 잔치를 벌였으니 평생 병역의무를 져야 했다. 그때에도 군역과 관련된 각종 논란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군역 관련 기록이 4천건이 넘는다. 백성들은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군역을 면제 받으려 했다. 스님이 되면 면제 받을 수 있어 1483년 전국의 승려가 4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학교에 다녀도 면제돼 성균관도 비리의 온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헌법에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군대에 안 가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중에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이 많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 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컸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게 좋다고 말한다. 20대 남성에게 군대 문제는 큰 스트레스다.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군 입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유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국제 쇼팽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군대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BTS는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다. 국가에서 훈·포장을 받아도 병역 연기에 그쳐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쇼팽 콩쿠르 1위는 국위 선양이고, 빌보드 차트 1위는 국위 선양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BTS가 병역 특례를 받으려면 병역법 시행령에 대중문화를 추가해야 한다. BTS가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쌓아 올린 위상과 국가 명예를 높인 점을 감안해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국방부가 ‘국민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하겠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병역의무를 여론조사로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필요하면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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