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지키는 재난경보시설, 최우선 관리돼야

시민들에게 집중 호우 등 재난 비상상황을 전파하는 인천의 경보시설(사이렌) 대부분이 낡아 제 구실을 못할 정도다. 해마다 내구 연한이 지난 사이렌을 교체해 나가야 하지만 예산 심의 과정의 우선 순위에서 계속 밀려난 결과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다 보면 ‘언제 한 번 쓰일지도 모를 경보시설은 나중에나’ 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난경보시설은 평소에 충분히 관리돼야 한다. 재난은 항상 방심하는 사이 우리를 급습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역 내 시청, 군·구청,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건물 옥상 등에 모두 185개의 사이렌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사이렌은 집중 호우, 화재, 전시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시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 상황 경보를 발령하면 직접 주민들에게 대피 행동 등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렌 185개 중 71개는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 시설이다. 행정안전부는 사이렌의 내구연한을 9년으로 정해 놓았다. 사이렌이 낡아 기능을 못하거나 음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주기적으로 교체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사이렌이 3개, 14년이 지난 것도 16개에 이르는 등 전반적으로 낡아 있다.

이 때문에 내년이 되면 새로이 내구연한을 넘긴 사이렌이 29개, 2023년에는 16개 등 해마다 노후 시설이 쌓여 가는 실정이다. 2년이 더 지나면 전체 사이렌 중 116개(63%)가 내구연한을 넘기게 된다. 재난 상황 시 필수적인 사이렌이 10개 중 6개꼴로 낡아 고장 등의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이렌 교체 사업은 더디다. 사이렌 1개당 교체 비용은 7천만원이지만 인천시는 해마다 4개 정도만 교체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체 사이렌의 노후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이렌 교체 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번 힌남노 태풍은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의 중대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포항의 침수 주차장 참사는 인근 하천의 범람 사태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하천 범람 등의 중대 위험이 닥쳤을 때 경보시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줄 수 있는 보루가 될 것이다. 안전 안내 문자 등 디지털 재난 경보도 물론 갖춰져 있다. 그러나 화급한 재난 상황에서는 사이렌 등 아날로그 경보시설 또한 필수적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재난경보시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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