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지원 종료, 비극의 카운트다운] 농민은 비상등, 정부는 경고등

회원국들 공정한 수출 경쟁 위해 선진국 2015년 즉시 보조금 폐지
개도국은 2023년까지 유예했지만, 정부 대안없어... 수출기업 도산 위기

201512월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들의 공정한 수출 경쟁을 위해 농업 수출 보조금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선진국은 즉시, 개발도상국은 2018년까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이때 개도국의 경우 농식품 수출 마케팅비·물류비보조에 한해 2023년까지는 지급이 이뤄지도록 폐지를 유예했다. 국내 수출 농가들이 정부·지자체를 통해 지원받던 농식품 관련 보조금이 WTO에 의해 내년을 끝으로 일몰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농가들은 다른 방식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지자체는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 K-ECO팀은 2024년 농식품 수출 보조금 종료를 앞두고 경기지역 농식품 수출계를 살펴보며 실질적인 대책을 모색해본다.

 

① 내일이 두려운 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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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 선포한 D-DAY20231231일이다.

농식품 수출 물류비가 농산물의 자유화, 농업의 공정 경쟁 등을 이유로 끊기는 날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한국의 농산물이 코로나19 속에서도 한류 열풍을 타고 호황을 누리나 했더니, 15개월 뒤 암흑기가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과일류, 채소류, 화훼류 등을 중심으로 수확·선별·포장·국내운송·해외운송에 소요되는 표준물류비(국가별·품목별)를 산정해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액수를 수출 보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 보조가 내년을 끝으로 종료된다. 지난 2015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WTO 10차 각료회의에서 농식품 수출 물류비 지원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하개발어젠다(DDA) 수출경쟁 분야가 타결됐기 때문이다.

수출 보조’ ‘수출 금융’ ‘수출국영무역기업’ ‘식량원조등 내용이 담긴 DDA 수출경쟁 분야 타결안은 선진국의 경우 모든 농산물 수출 보조금을 즉시, 개발도상국의 경우 2018년까지 철폐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개도국은 수출 마케팅비·물류비(운송비) 보조에 한해 2023년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개도국이었던 우리나라(20217월 선진국 승격)는 수출 보조와 관련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나 일본 등 여타 외국(WTO 회원국)에 비해 국내 농식품 수출농가 및 수출단지 규모가 작아 물류비 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23년간 이뤄진 지원을 전면적으로 변화·개편하기엔 2023년까지의 시점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전국 농수산식품의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도의 농수산식품 수출액만 봐도 최근 5(2017~2021) 사이 129천여만달러에서 157천여만달러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광역지자체 차원에서도 수출 물류비 지원 외에 해외판촉전 개최 맞춤형 해외마케팅 진행 국제화훼박람회 참여 지원 수출포장재 지원 신선농산물 수출단지 시설 개선 등 노력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하지만 수출 마케팅비·물류비가 끊긴다면 농수산물 수출 지원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여주에서 농수산식품수출유통기업을 운영하는 전영민 한가락 대표는 해마다 수출 물류비가 감축돼 경영난을 겪고 있던 영세한 수출기업들이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물류비가 급격히 올라 수출 자체를 포기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물류비 지원마저 완전히 폐지된다면 농식품 수출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 한류 수출 선전’... 농가 홀로서기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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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늘고 지원은 줄고 어쩌나

2023년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될 농식품 수출 물류비는 폐지가 예견된 일이었다. WTO 타결 전부터 이미 홍콩(2005)이나 인도네시아(2013) 등 해외 국가들이 농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출 보조금 폐지에 대한 논의를 최우선 과제로 지정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WTO 타결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지원책을 꺼내지 못했을까. 정부가 전국 농식품 수출업계에 지원하는 마케팅비·물류비는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이었을까. 경기도의 경우만 봐도 지역 수출업체들이 정부·지자체로부터 받던 예산이 30여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 그 배경에는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 국내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과연 현실도 그럴지 짚어봤다.

K-콘텐츠 확산에 우리 농수산물도 인기... 5년째 수출 증가세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농수산식품의 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1135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농식품이 853730만달러로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액의 75.17%를 차지한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누계 수출액이 72억달러(719800만달러)에 근접해 전년도 수출액을 족히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5(2017~2021) 실적을 보면, 연도별로 915천만달러93억달러953천만달러987천만달러 1136천만달러 등 꾸준한 증가치를 기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창궐로 전세계적 물류난이 벌어진 2020~2021년에도 K-콘텐츠 확산 및 한류 열풍 덕에 국내 농산물에 대한 관심 역시 폭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 수출 보조금 지원 갈수록 줄어... 5년 전 35%서 현재 15%까지 축소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머지 않아 꺾일 위기에 놓였다.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수출경쟁 분야 타결로 마케팅비·물류비 보조가 2024년부터 사라지는 영향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마케팅비·물류비 보조를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농식품부의 ‘2022년도 수출물류비 지원 지침에 명시된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 한도를 보면 먼저 중앙정부의 경우 수출물량(품목별 표준물류비의 5% 이내, 지방자치단체는 수출물량(품목별 표준물류비의 10% 이내를 수출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WTO 타결(2015) 이후 보조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비율을 합산했을 때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35%의 지원이 이뤄지던 것이 2018~2019년에는 29%, 2020~2021년에는 22%, 2022~2023년에는 15%로 정해지며 꾸준히 줄어들었다.

■ 지원 줄어들면 결국 경쟁력 낮아져

이러한 여파로 현장에서는 점차 경기도 농식품 수출량과 수출액이 대폭 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간 물류비 지원이 클수록 흑자를 내는 데 도움이 됐는데, 조만간 지원이 사라진다면 앞으로는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상품 가격 대비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무거운 배·버섯 등의 품목에서 물류비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는 우수 농식품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벌이고 있지만, 수출 보조금 삭감과 함께 지원 규모도 작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도는 해외판촉전 개최 맞춤형 해외마케팅 진행 국제화훼박람회 참여 지원 온라인 수출 상담회 마련 등의 해외시장 개척 사업수출물류비 지원 수출포장재 지원 신선농산물 수출단지 시설 개선 고품질 수출농산물 생산 제고 등의 수출경쟁력 제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해외시장 개척 사업(도비 100%)은 지난해 7억원 규모에서 올해 35천만원까지 절반가량 줄었고, 수출경쟁력 제고 사업의 규모도 지난해 517600만 원 규모에서 올해 354천만 원 규모로 30% 이상 삭감됐다.

이 중에서도 국내·외 운송비와 상하차비, 인건비 등을 포함한 수출물류비 지원2020년 예산 227500만원에서 2021년 예산 13400만원으로 42.7% 떨어진 상태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도내 농식품 수출 실적은 상향함에도, 지원 예산이 하향 중인 상태인 것이다. 업계에서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대안을 꺼내달라고 외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수출경쟁력 제고 사업의 경우 수요가 줄고 있고, 해외시장 개척 사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행사가 많이 취소돼 올해 예산이 삭감된 부분이 있다면서 향후 보조금 지원 외에도 여타 수요 등을 고려해 필요한 항목이 있다면 추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기도 농식품을 수출하는 데 애로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G-푸드, 美·日·中 ‘빅3’… 잘 나가는 ‘가공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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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농식품 수출 현주소… 시장 불확실성 속 과제는?

경기도 농식품의 수출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때 농식품은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먼저 도의 농식품 수출액은 20171291836천달러에서 20211575888천달러까지 최근 5년간 21.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농식품 수출 규모의 7~10% 수준이다.

5년간 농식품 수출량 46.4% ‘껑충’... 농산물이 견인

구체적으로 2017년에는 도에서 총 425천여t의 농식품이 수출됐다. ‘농산물224천여t으로 가장 많았고 임산물129천여t으로 뒤를 이었다. 수출액도 농산물’(75천여달러)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수산물’(46천여t·34천여달러)이 차지했다.

5년이 지난 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경기도 농식품 중 농산물이 가장 많은 중량·금액의 수출 실적을 냈다. 이때 경기도에선 총 623천여t의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이 수출되며 5년 전보다 46.4%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농산물 안에서도 라면, 음료, 비스킷, 곡류조제품 등 가공식품의 중량이 258천여t으로 67천여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해 가장 큰 비중을 꿰찼다.

해마다 경기도 농식품 수출 절반 이상이 가공식품·채소류·과실류·화훼류·특작류 등을 포함한 농산물에서 성과가 나오는 중이었다.

최대 수출국미국 중국 일본... 아세안·멕시코까지 인기

올해는 어떨까.

6월 말 기준 현재 경기도에서는 786212천달러의 수출액을 달성, 지난해 같은 시기(779008천달러)보다 0.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166242천달러·21.1%), 중국(151237천달러·19.2%), 일본(778천달러·8.9%), 베트남(62547천달러·7.9%) 순으로 수출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167개국에 수출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전년과 비교했을 때 이라크(210.3% ), 캄보디아(131.9% ), 아랍에미리트(83.7% ), 멕시코(83.4 ) 등 아세안 및 인근 국가에서 라면, 베이커리, 음료 등 수요가 크게 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수산물은 지난해 상반기(1~6) 138147천달러의 수출 실적을 냈는데 올 상반기에 98764천달러를 기록하면서 28.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 수출품목인 김의 증가율이 3%로 낮았던 데다가, 대구류의 생산이 99%가량 떨어지면서 관련 수출액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반기까지 포함해 올해 경기도의 농식품 수출 목표는 총 1700만달러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다각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세계적인 경기가 불확실하지만 현재까지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남은 시간도 다방면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ECO=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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