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따르던 ‘수원 조분순 칼국수’ 어디에?

인심 담은 감동이야기로 화제...온라인서 가게 찾는 글 확산
경기일보 취재 결과 ‘허구’로 판정...시민들 허탈했지만 위안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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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화면 캡처

“수원 조분순 칼국수 주소 아시는 분 계시나요?”

지난 6일 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조분순 칼국수’라는 글이 올라왔다.

수원 권선동에서 조분순 칼국수를 운영하는 여든 살 할머니에 대한 사연으로 젊은 시절 화재로 재산을 다 잃었다가 식당을 차리고, 아들은 야간대학에 다니며 공부해 판사가 됐다는 내용이다. 특히 “식당 앞에는 대형 옹기단지 하나가 뚜껑이 닫혀있고 비닐로 싼 종이 안내문이 붙어있다. '쌀 읍는 사람 조곰씩 퍼 가시오, 나중에 돈벌면 도로 채우시오, 조분순식당'…한때는 단지가 달랑달랑 바닥 긁는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넘쳐서 옆에 봉지 쌀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국수를 먹고 나가다 슈퍼에서 한 포대를 사서 메고 와 부어놓은 적도 있다”라며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이웃을 도우려는 인심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담았다.

감동 이야기로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톡방 등을 중심으로 해당 가게를 찾으려는 이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15일 현재 기준 해당 이야기가 게재된 온라인 커뮤니티는 20여곳으로 ‘엄마가 찾아달라고 하시는데, 주소 좀 부탁드립니다.’ ‘감동입니다, 꼭 방문하겠습니다’ 등 주소를 묻는 댓글이 수 십 여건 올라와 있다. 글에 ‘용주사 신도 무량심’이 등장하면서 화성시 용주사에도 가게의 주소를 알아내려는 전화가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15일 본보 취재 결과 미담으로 화제가 된 조분순 칼국수라는 상호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상의 작자가 짧게 쓴 이야기가 구체적인 장소와 인물 등이 등장하면서 실제인 것 처럼 알려진 것이다.

가상의 공간이란 사실에 일부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온정을 담은 이야기에 흐뭇했다는 반응이었다.

수원에 사는 김명섭씨(53)는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단톡방에 공유된 글을 보시고 감동을 받아 꼭 가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모처럼 만에 벅찬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글처럼 베푸는 인심이 넉넉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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