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와인병, 화려한 변신 ‘새활용’ 홈술족 늘면서 폐유리병도 증가...덩달아 업사이클링 산업도 성장 아이디어 더한 접시·벽시계 등 다양한 제품들 제작·판매 인기
780℃에 달하는 고온의 전기가마. 그 속에서 구워지던 것은 쓰임새를 다한 와인병이었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생명을 다 한 채 버려진 이 유리병은 세척, 커팅, 열처리 등 새롭게 숨을 불어넣는 과정을 거쳐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수원특례시 권선구에서 폐유리병 업사이클링 공방을 운영하는 장석민 작가(60)는 버려진 와인병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교육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과거 업사이클링 기업을 운영하다 현재는 공방에서 업사이클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 더불어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유리병에 아이디어를 더해 접시, 벽시계, 조명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장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홈술’ 소비가 늘어나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1인당 와인 소비량만 봐도 평균 1병을 넘어섰다고 한다”며 “폐유리병이 증가하는 만큼 와인병 업사이클링 강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며 폐유리병 역시 늘고 있다.
특히 수입 주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해외 유리병이 많아져 이와 관련된 ‘새활용 산업’이 인기를 끈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7년 3만6천144.1t에서 지난해(2021년) 7만6천575.2t으로 5년새 111.86% 급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이던 2017~2019년에는 20.34% 뛴 반면, 유행 후인 2019~2021년에는 76.5% 뛰어 증가 폭이 3배 이상 컸다.
와인 수입액 역시 2017년 2억1천300만 달러에서 2021년 5억5천900만 달러로 166% 상승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입 주류병’이 백색·갈색·녹색으로 구분되는 국내 주류병과 달리 모양 및 색상이 제각각이다 보니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일반 쓰레기처럼 땅 속에 매립할 수밖에 없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 때문인지 최근 수입 주류병을 통한 새활용 산업이 각광 받고 있다. 새활용 산업이란 일상 속 버려지는 쓰레기에 아이디어·디자인 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경기도 안에서도 기업이나 개인 공방 등에서 ‘환경 보호’를 중요 가치로 내세우면서 새활용 산업을 진흥시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관계자는 “폐유리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보급량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한 제품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경기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 폐품, 폐병 등을 기업에 중개해줌으로써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더욱 많은 기업이 새활용 산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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