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 비상문을 열어라, 닫아라 논란이 크다. 소방은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경찰은 범죄와 추락 사고 등의 예방을 위해 잠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설치하지 않은 곳이 상당히 많다.
건물 옥상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23층 아파트 옥상에서 5세 남자아이가 떨어져 숨졌고, 중학생이 5층 상가건물 옥상에서 다른 건물 옥상으로 뛰어 넘다 추락해 사망했다. 대학생이 대학교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고도 있다. 옥상은 청소년들의 범죄 장소로도 이용된다. 벽돌 등 물건을 투척해 지나가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다. 각종 범죄 및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옥상 비상문을 폐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설명을 들으면 옥상문을 잠그면 안될 것 같다. 2020년 12월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일부 주민이 옥상으로 피했지만 비상문을 찾지 못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고층 아파트에선 화재 발생 시 지상으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해 옥상으로 대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옥상 비상문이 잠기면 피할 곳이 없어진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거시설 중 공동주택 화재가 전체 1천17건 중 537건(52.8%)으로 가장 많았다. 고층 아파트 화재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재난대피 공간인 옥상 관리가 필수다. 지난 3년간 화재로 인한 사망자 1천19명 중 92명이 옥상문과 같은 출입구 폐쇄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소방청 통계도 있다.
공동주택 옥상문 논란의 대안으로 등장한 게 ‘자동개폐장치’ 설치다. 자동개폐장치는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소방시스템과 연동돼 잠김 상태가 자동으로 풀려 신속한 대피를 도와준다. 2016년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은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의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의무대상이 아니어서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 도소방재난본부는 도내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가3만5천124개동 중 1만9천380개동(55.2%)에만 설치됐다고 밝혔다.
비상문 의무설치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의무설치 대상을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헬리포트가 설치된 건축물이나 옥상광장이 있는 1천㎡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주민 안전과 사고 피해를 막기 위해선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자동개폐장치 설치 지원, 자동개폐장치 대상 건축물의 범위 확대, 건물주 및 관리주체 대상 교육 등 정부와 지자체, 관할기관 등이 함께 나서 제도를 보완·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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