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서 시작한 가능성, ‘화, 華, The Splendor’
수원화성 화홍문과 남수문 수원천 일대가 23일부터 빛으로 물든다. 하준수 작가(49)는 미디어아트쇼에서 ‘개혁의 길’이라는 테마 속에서 군주로서 정조가 품고 있었던 가치에 주목한다.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하 작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상디자인 등과 더불어 미디어파사드와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도시문화 및 건축물과 영상 미디어의 결합에 있어 공공예술을 연구하는 그에게 이번 작업은 사람들의 일상이 도시와 어우러지기 위한 환경과 조건을 돌아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뜻깊은 기회다.
하 작가는 기획된 도시 환경이 인간의 삶을 압도해버렸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최근의 추세에 따라, 미디어파사드 작업이 도시 공간과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도시라는 공간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작품 ‘화,華, The Splendor’는 사람에 대한 가능성에서 개혁의 출발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정조의 철학을 빛의 근원적인 성질과 물, 꽃, 손, 성 등의 상징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빛의 본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흑백의 캔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이번 작품에선, 의미상 중요한 지점들에 적색·황색·청색 등 3색이 동원됐기 때문에 오방색을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도 핵심 요소다.
하 작가는 정조 개혁의 시작점을 사람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백성들 말이다. 그는 “정조는 백성을 사랑하며 귀하게 여겼다. 그의 마음을 꽃과 사람 등의 상징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또 정조의 실제 어록을 보이스 오버로 재현해 넣었는데, 이 어록에서도 애민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 작가는 뛰어난 문화유산 수원화성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게 된 데 대해 건축물과 도시문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공공예술에 관한 생각 또한 밝혔다. 결국 문화재에 대한 역사 탐구라는 맥락보다 중요한 건, 문화재를 곁에 두고 사는 ‘우리들의 삶’이다. 이 같은 그의 견해는 정조의 이념이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에 대한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점,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끝으로 하 작가는 “공공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작자와 기획자들이 예술을 수용하는 시민 주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정”이라며 “만든 주체와 즐기는 주체와 하나가 되며 어우러질 때, 사람과 공간이 상호 작용하는 데 있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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