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2일 개막…섹션 별 주목할 만한 상영작은?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땐 박물관을 만들어'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2일 개막했다. 메가박스 백석·일산벨라시타, 고양아람누리 사라새극장 등 상영관에서 29일까지 8일간 이어진다. 53개국 137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국제 경쟁·한국 경쟁을 비롯, 마스터즈 및 오픈 시네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현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맞닿은 다큐멘터리부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연출가들의 신작과 재치 넘치는 실험적인 연출작까지 풍성한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

■ 국제 경쟁: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땐 박물관을 만들어’(아나 엔다라 미슬로브·필라르 모레노 감독)

파나마의 한 마을에 살던 늙은 여인 세노비아 세루드는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직접 뜨개질한 장식품 등과 함께 생활 공간 곳곳에 갖다 놓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공간은 박물관처럼 남게 됐다. 감독들은 그의 흔적을 탐구하려고 카메라를 들었다. 세노비아는 프로 예술가가 아니었지만, 단순한 흥미와 즐거움을 덧입힌 그의 수집과 창작 활동은 일상에서 획득하기 어려운 품격과 숭고함의 영역을 마련해줬다.

'뼈'

■ 한국 경쟁: ‘뼈’(신나리 감독)

일본 혼슈 북부 아키타 지역의 조선인강제동원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40년 넘게 고군분투해온 두 사람, 재일조선인 하정웅과 사학자 차타니 쥬로쿠에 관한 이야기다. 다자와 호수에 세워진 히메관음상은 지난날 조선인들이 겪은 비극을 같은 자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강제 징용에 얽힌 비밀을 풀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추모와 화해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고장난 악기로 만든 오케스트라'

■ 오픈 시네마: ‘고장난 악기로 만든 오케스트라’(유발 하메이리·미할 바크닌 감독)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어느 강당에 부러지거나 녹슬고 망가진 악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든다. 음악 경력·성별·나이·인종·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축제에 올릴 공연을 위해 힘을 모은다. 이 과정은 갈등으로 얼룩진 예루살렘 사회의 축소판이다. 임시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서로의 신상이나 생각을 묻는 대신, 하나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 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불협화음의 도시 예루살렘에서 예술이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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