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살리려 퇴행한 학생 봉사 점수制/이제 원래 취지대로 되돌려 놔야 한다

경기도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 학생 봉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단체의 청소년 방학프로그램 참가자가 지난해 0명이었다. 2019년에는 3천318명, 2020년에는 1천379명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여기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상황을 보여주는 관련 통계가 있다. 1365 자원봉사포털 자료다. 2019년 175만여명에서 2021년 39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시기적으로 코로나19가 원인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해야 할 근거가 사라졌다. 교육 당국이 2019년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4학년도 교육 과정부터 정규교육 과정 외 수상 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을 적는 비교과 활동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중학생은 의무 봉사활동을 60시간에서 15시간으로 줄였고, 고등학생은 2024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고1, 2의 개인 봉사활동을 인정하지 않게 했다. 1996년 시행 이래 가장 큰 퇴행적 변화다.

개정의 배경은 세상이 다 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허위 스펙 사건’이다. 스펙 논란을 없애겠다며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당시 조 전 장관 측이 주장했던 논리가 있다.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주장했다. “인턴 등을 어느 정도까지 ‘허위 스펙’으로 볼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함께 기준을 세워나갈 문제이지, 곧장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개정됐다.

봉사활동 상당수가 허위 스펙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대입 관련 자료로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포하고 있다. ‘허위가 만연하니 처벌하면 안 된다’는 조 전 장관 측 논리를 그대로 뒷받침한다. 말도 안 되는 판단이다. 전인교육, 인성교육의 기치로 23년을 시행하던 제도다. 역대 진보 정권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이기도 하다. 거기 문제 있다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옳다. 이걸 갑자기 폐지 수준으로 바꿨다. 물론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다.

입시의 핵심은 필기 시험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으로 이어져 온다. 이것도 매번 잡음이 있고 비난이 따른다. 현장에서의 부정 행위, 출제의 적정성 등이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시험지가 유출돼 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역사도 있다. 그렇다고 필기 시험이 폐지된 적이 있나. 그런데 봉사 점수제는 느닷 없이 축소됐다. 커닝 학생 한 명 잡았다고 대입 필기 시험을 없앤 꼴이다. 정치가 교육을 망친 예다.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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