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무거울 것 같은 ‘미술관’의 이미지를 탈바꿈한 전시가 열렸다. 미술관의 입구로 이어지는 야외 길을 전시장으로 꾸며 미술관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10일까지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의 양쪽 출입구를 연결하는 장소 특징적인 미술 프로젝트다. 도미술관은 2개의 출입구가 유원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지름길처럼 사용되는 데서 착안해, 미술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총 10명 작가의 설치 작품, 퍼포먼스, 관객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김이박 작가는 수공간의 야외데크에 ‘사물의 정원_안산’ 작품을 설치했다. 무언가 키운다는 행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김이박 작가는 식물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도미술관 주위에서 자란 식물과 바람개비, 머리띠, 슬리퍼 등 일상의 물건들을 10여개의 화분에 설치했다. 화분에 함께 심은 일상의 물건들은 작가가 지난달 18일 미술관 방문객에게 받은 물건들로, 작가의 상상력이 식물에 대한 돌봄에서 사물을 통한 소망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야외데크에서 미술관 입구로 이어지는 길목의 가로등에는 엄유정 작가의 ‘바디’가 설치됐다. 작품은 미술관 바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표현한 드로잉이다. 일반적으로 가로등에는 전시 홍보용 배너를 설치하지만, 도미술관은 엄 작가의 드로잉을 설치해 산책 등을 하는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관람하도록 했다. 도미술관 인근의 식물을 관찰하고 그린 엄 작가의 ‘플랜트’는 미술관 내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주차장과 미술관 입구 사이의 진입로에는 목재로 된 문, 복도, 계단 등으로 구성된 조경재 작가의 ‘골마루’를 설치해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과 미술관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특히 미술관 입구에는 서성협 작가의 ‘꾸-움틀, 슈-욱슉’을 설치했다. 서 작가는 어린 시절 제주도의 흙밭에서 본 지렁이 형상을 크게 부풀린 공기 조형물이 미술관을 가로지르듯 작품을 설치해 ‘생태통로’의 의미를 강화했다. 이외에도 민성홍의 ‘Drift_비정형’, 조영주의 ‘휴먼가르텐’,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정물 3’가 전시됐다.
또 눈을 감고 도미술관 외부를 돌아보며 자연을 느끼는 홍이현숙 작가의 ‘외출’, 안산시 초지동의 지질학적 특성을 담은 빵을 만드는 안데스 작가의 ‘초지동의 맛-지질학적 베이커리’, 화랑유원지를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새를 관찰하는 탐조책방 작가의 ‘첫 번째 탐조’ 등 관객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강민지 경기도미술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생태통로로서 미술관의 기능을 헤아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며 “미술관이 우리 사회에 공감과 소통을 위한 중요한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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