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전이 해양의 시대였다면 이후의 세계는 하늘의 시대다. 그래서 한 나라의 관문 공항에는 그 나라의 국력이 투영된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도 그렇다. 국제 여객 5위, 국제 화물 3위의 세계 굴지의 허브 공항이다. 최근에는 국제공항협의회로부터 세계 최초 ‘5성급 공항’으로 인정받았다. ‘공항 한류’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돈이 몰리게 마련이다. 이런데도 정작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공항경제권 구축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만능 때문이라니 안타깝다.
인천공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공항들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주변에는 글로벌 제조·물류단지, 항공 관련 시설, 다국적 기업들이 자리잡아 기업도시를 이루고 있다. 1980년대부터 네덜란드 정부와 주 정부들이 협력체계를 이뤄 공항 주변 개발 등 공항경제권 구축에 나선 결과다. 중앙정부와 암스테르담시 등이 지분을 출자한 도시개발회사 SADC가 주도했다. 민자 투자 파트너를 발굴, 스히폴공항 주변 반경 20㎞ 지역을 개발해냈다. 공항 연계의 교통 SOC를 개발, 반 고흐 박물관은 물론, 전통 어촌인 ‘볼렌담’까지 스히폴공항권으로 끌어들였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팽공항도 공항경제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공항 10분 거리에 대형 쇼핑단지와 300여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서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공항도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부지 38만㎡에 랜드마크 콤플렉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곳에 전시·문화·공연장과 쇼핑센터, 호텔 및 컨벤시아, 금융 및 비즈니스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7억원을 들여 타당성 분석, 개발계획 등의 용역도 마쳤다. 그러나 시작부터 동력을 잃고 제자리걸음이다. 투자비용이 최소 1조원 이상 들어가고 단기 사업성이 떨어져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현재로서는 행정절차에만도 2년 이상이 걸린다. 인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공항공사가 직접 투자 및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혁만이 답이라고 한다.
지금 세계는 공항 경쟁의 시대다. 세계 유수의 공항들이 더 많은 여객과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공항 경쟁력과 공항경제권은 서로 상승작용을 주고 받는 인프라다. 지역균형 논리로 멀리 사천공항으로 넘어가 있는 MRO(항공정비) 클러스터 문제도 마찬가지로 시급하다. 손에 들어온 자원도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다. 법이든 규제든 다 풀어 인천공항경제권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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