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방식 만큼이나 삶을 응시하는 방식은 다르다. 각자의 시선과 언어로 풀어낸 삶을 엿보는 일은 우리의 일상에 풍요로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책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선한 가을. 평소에 멀리했던 책이라도 괜히 손이 가고 책의 표지에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싶다면,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독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지속의 순간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워커 에번스, 도로시아 랭 등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진가들이 공통적으로 찍은 인물·구도·풍경을 함께 논하고 비교하는 사진 비평 에세이다. 저자 제프 다이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게 찍힌 길거리의 표지판, 벤치나 손 등에 관심을 보인다. 저자는 벽에 손자국을 내는 소년을 찍은 사진과 손 모양의 핏자국이 남은 벽 사진을 연결한다. 찍은 작가도, 찍힌 시기와 장소도 다른 두 사진이 연결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반복되는 순간들을 보여 주고, 순간과 지속의 관계를 묻는다. 그렇게 지속되는 삶의 여러 형태들에 관한 생각을 펼쳐놓고 있다.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면서도 동시대 현실과 결부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던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시집 곳곳에서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생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삶 속에서 하나의 대상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인은 그것을 둘러싼 몇 겹의 이야기들을 품으려고 한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들이 42편의 시들을 통해 구체화된다. 시가 건네는 말, 시가 풀어내는 말은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이곳에서 그 모두는 마침내 사랑으로 남는다.
■ 반려공구
공구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힘으로 일상을 단단하게 돌보는 사람의 이야기다. 모호연 작가는 일상의 불편을 그저 견디던 삶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는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공구들은 저자에게 힘을 보태주기도 하고 때로는 ‘웃픈’ 실패를 목격하면서 묵묵히 일상을 지켜온 든든한 동료들이다. 망치, 전동 드릴, 타카 등 다양한 공구들에 스며든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무색하게, 손때 묻은 공구들을 향한 저자의 고백은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정겹고 다정해서 책을 읽는 내내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공구의 부위별 명칭, 이름의 유래, 정확한 사용법 등 공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특유의 유머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공구가 친밀하게 다가올 것이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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