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더 좋은 교육 위해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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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조주현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생들의 학력 강화와 교육 격차 해소를 공언했다.

더욱이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다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으로 행복한 경기교육을 만들 예정이다. 여기에 교권보호와 관련, 내년까지 경기교권보호센터 6개 권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학생들의 창의성을 증진하는 ‘경기형 IB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100일 동안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

경기도의 교육 수요는 다양한 데다 지역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교육 현장의 격차를 줄이고 학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교육이 도입된 가운데 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력 증진을 도모하겠다.

더욱이 신도시 지역이 많은 경기도에선 현재 상상할 수도 없는 과밀학급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 화성시 동탄지역의 한 학교를 찾아가보니, 학생들의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한 반에 비좁게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교육감 취임 전부터 교권 강화를 강조해왔는데, 경기도교육청이 구상 중인 구체적인 교권보호 방안이 있다면?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학생 수업과 교육활동을 위협하는 상황도 있다.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가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선생님은 학생을 존중, 학생은 교사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는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고, 교육활동 침해당한 교원의 치유와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북부·남동·남서(고양, 용인, 수원) 3개 권역에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현장지원과 교원 심리·정서 상담 지원, 교원 마음 회복 프로그램 운영, 교육활동 보호 연수,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분쟁조정을 지원 중이다.

내년까지 경기교권보호센터를 6개 권역으로 확대하겠다. 또 추후 전체 교육지원청으로 이를 확대 설치해 피해 교원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원과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되, ‘책임과 의무’를 더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학생들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의무와 책임을 수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보완적인 규정을 통해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한다.

-교육부가 국정과제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TF를 꾸리며 정책 밑그림 그리기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유보통합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가?

유보통합은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다.

모든 인성은 5세를 전후로 형성되고 초교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게 상당수 교육학자들의 의견이다. 유아 시절에 대해 정교한 교육돌봄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우리 교육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도 그런 점을 인식했다고 생각한다. 유아 교육에 대해선 국가 책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교육 관계자의 의견을 정책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제가 지난 대선 기간 정책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아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했고 이러한 얘기가 일부 반영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유보통합이 꼭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15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올리-페카 헤이노넨 IB 본부 회장과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등을 진행하고자 관련 의향서에 서명했다. IB교육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며, 이를 경기교육이 꼭 가져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식 중심의 주입식, 즉 시험을 보는 훈련으로 진행됐다. 저 역시 그러한 교육을 받아왔으니 이 같은 평가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인 IB가 필요한 이유다. 학생들이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미래 사회의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이 같은 IB는 경기교육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IB를 통해 경기교육 현실에 맞은 ‘경기형 IB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

-내년 시행예정인 조직개편안에 대한 방향성이 있다면?

현재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교육청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형태다. 교육지원청은 이를 전달하고 학교는 수행한다.

이보다는 교육청이 큰 방향만 정하되 예산이나 인력 등 현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성과는 교육지원청과 학교가 가져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업무의 절차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남부와 북부청사로 나뉘어 있어 일부 업무는 남부, 나머지 업무는 북부에서 담당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 개선을 위해 스마트워크를 일찍 도입해보고자 한다.

해당 시스템의 도입으로 북부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남부청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 각자 자신의 근무지로 출퇴근하되 장소와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부과하겠다. 예를 들면 오전 8시30분에 남부청사에 출근한 직원이 북부청사에 열리는 회의를 다녀온 뒤 오후에 자유롭게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셔틀버스를 좀 더 자주 운행해서 버스 안에서 업무를 보게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학력 강화, 교육 격차 해소, 교육돌봄 시행 등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는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만큼 자율적인 학습 역량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교육, IB프로그램, 디지털 시민역량 등이 일종의 방법이다.

경기도에는 다양한 교육 수요가 있는 가운데 각 지역도 나름대로 굉장한 잠재력이 있다. 투입될 수 있는 역량들이 모두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이를 위해선 자율이 전제돼야 한다. 가령, 학교가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있다면 예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려 한다. 이 예산은 어떠한 사업에 따라 주는 게 아니라 학교장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겠다.

별도의 평가부서를 둬 이러한 사례 중 좋은 사례를 발굴하는 동시에 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컨설팅을하도록 하겠다.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자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교사들을 많이 만났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좋은 사례가 되고 이를 경기지역 전역에 확산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경기교육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획일적으로 지시하고 감독하는 게 교육청의 체제였다. 교육감이 지시하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현장에선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편한 면도 있었다.

앞으로는 예산의 자율성, 학교 구성원과 지역 사회에 맞는 자율 모델 등을 고민해봤으면 한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책임은 교육감이 진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성과를 내는 학교 행정이 아니라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이러한 방향에 경기교육 구성원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며 응원을 부탁한다.

대담=김규태 사회부장/정리=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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