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최승호의 한글그림 동시집…‘물땡땡이들의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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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땡땡이들의 수업'(상상刊)

동물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인의 눈동자엔 어린 아이의 맑은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품은 동시집 ‘물땡땡이들의 수업’은 동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소박한 모습을 담아낸다. 최승호 시인은 이 책에서 68편의 동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접점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관점을 빌려 풀어냈다.

저자 최승호 시인은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후 첫 시집인 ‘대설주의보’를 낸 뒤, ‘눈사람’, ‘방부제가 썩는 나라’ 등의 시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김수영 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꾸준히 발표하는 등 동시계의 지평을 넓혀왔다. 일찍이 ‘말놀이 동시집’으로 아동문학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 그의 신작 ‘물땡땡이들의 수업’은 담백한 시어 곁에 한글의 자모, 단어와 문장을 자유롭게 조합한 그림을 배치해 시의 의미를 확장하고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자모로 만든 동물의 형상이나 단어 그림들이 동시 곁에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때묻지 않은 동심과 마주하는 느낌이 선명해진다. 저자가 직접 그려낸 그림을 통해, 시어를 대하는 시인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책에 깃든 매력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글날인 지난 9일 발간돼 의미를 더욱 빛낸다.

책에선 흥미로운 사연을 간직한 동물들이 독자들과 마주한다. 저자는 부엉이와 부엉이나비가 서로에게 ‘넌 누구냐’고 묻는 장면이나, 바다소에게 편지를 보내는 하늘소의 마음 등 일상의 한 귀퉁이를 놓치지 않고 재치 있게 가꿔낸다. 이처럼 시인은 동물들이 보내는 일상의 순간을 붙잡아 시인 고유의 언어로 바꾸는데, 보잘것없는 사연들을 꿰어 특별한 순간으로 다듬어내는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시집이 시작하는 곳에는 한글로 그림을 그리고 시 낭송을 해 보라고, 어린 시인이 되고 어린 화가가 되어 보라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최 시인의 진심 어린 당부가 적혀 있다. 이제 시간이 됐다. 우리도 저자의 바람처럼 물땡땡이들과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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