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슈글즈, 전국체전 완패에 도내 핸드볼·체육계 ‘부글부글’

‘기간 중복’ 亞클럽선수권 출전 후 체전 참가, 서울시청에 10골 차 참패
SK측 “도체육회와 사전 협의…귀국 후 막바로 경기에 컨디션 최악 상황”

제5회 아시아여자핸드볼 클럽선수권대회서 6전승으로 우승한 광명시 연고의 SK 슈글즈 선수단.연합뉴스

“아무리 지자체 팀이 아닌 기업 팀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실격을 모면해줬으니 역할을 다했다는 건가요.”

광명시를 연고로 하는 국내 유일의 대기업 여자 핸드볼팀인 SK 슈가글라이더즈(이하 SK 슈글즈)가 지난 11일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8강서 서울시청에 20대30으로 예상밖 완패를 당하며 탈락하자 도내 핸드볼 관계자들과 체육계 안팎에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패배는 이미 예견됐었기 때문에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 분노한 것이다.

SK 슈글즈는 전국체전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해 6전 전승으로 한국 팀 최초 우승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회에 출전하기 이전 이미 전국체육대회 일정이 나온 상황 속에서 SK 슈글즈는 아시아클럽선수권과 체전 기간이 일부 겹치는 데도 불구하고 출전의지를 밝힘에 따라 경기도체육회가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전 참가신청을 해놓고 출전하지 못하면 0점 처리는 물론, 내년 대회에 경기도는 출전권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개최지 서울에 막혀 연승행진이 17에서 멈춰섰던 경기도로서는 정상탈환을 위해 모든 종목의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실무자들간 논란을 빚은 뒤 SK 슈글즈 단장과 체육회 본부장이 회동했고, SK 측은 대회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해 논란은 일단락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 슈글즈는 전국체전 경기 하루전인 10일 오전 귀국해 결전지 울산광역시로 향했다. 그러나 아시아클럽선수권서 9일동안 6경를 치르는 강행군을 마치고 막바로 귀국해 경기에 나선 SK 슈글즈 선수들은 졸전 끝에 서울시청에 완패했다.

SK 슈글즈 관계자는 “선수들이 대회를 마치고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내 핸드볼 관계자들과 체육계에서는 “불참에 따른 몰수를 면하게 한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SK 슈글즈가 매년 전국체전에서 제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경기도 입장에서는 오직 전국체전 하나 뛰어주는 것을 위해 우수선수 영입비 일부 지원과 스포츠과학센터 이용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해오고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안일한 대기업 팀의 전국체전 상황 인식을 꼬집었다.

더욱이 클럽 챔피언십이 보통 각국 리그우승 또는 준우승 팀이 참가하는 것이 관례지만 국내 팀들은 이 대회의 비중을 가볍게 여겨 참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국체전 일정과 겹치면서 1~3위 팀인 지자체 소속 또는 공기업 팀들이 참가를 하지 않고, 지난 2021-2022 SK핸드볼코리아리그 4위 팀인 SK 슈글즈가 출전했다.

아시아 여자핸드볼의 강국인 일본과 중국 클럽팀들도 참가하지 않았으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쿠웨이트, 인도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만이 참가했다.

뿐 만아니라 SK 슈글즈는 이번 클럽선수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설치하고 선수단 유니폼에는 부산엑스포 엠블럼 패치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알려져 아무리 공익적인 활동이었더라도 광명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이와 관련 SK 슈글즈 관계자는 “대회에 출전하기 전 경기도체육회와 충분히 협의했고 체전에 차질을 빚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체전을 등한시 여기고 클럽선수권에 출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당초 9월 요르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가 개최 포기로 대회 일정과 장소가 변경되면서 빚어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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