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은 강화섬쌀의 본산지다. 그러나 유례없는 쌀값 폭락에 이곳 쌀재배 농업인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올해 다른 모든 물가가 다락같이 오를 때도 유독 쌀값만은 뒷걸음질 쳤다. 지금 쌀값으로는 기름값이나 비료 등 여러 비용조차 감당 못할 지경이다. “오늘도 벼베기를 했지만 작년처럼 또 창고에 쌓아만 둘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돈을 더 풀어 시장격리 매입을 해 주기를 원한다. 시장격리제는 초과 쌀 공급량을 정부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제도다.
강화섬쌀이 많이 나는 강화군 교동면의 한 창고. 지난해 수확했지만 팔리지 않은 쌀 100여t이 아직도 쌓여 있다. 공급과잉의 결과다. 강화섬쌀값은 지난해 9월 1가마(80㎏) 21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14만5천원이다. 그런데 농기계용 경유는 지난해 1천ℓ당 6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배 넘게 올랐다. 농업인들은 지난해 말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곡 매입 방식을 최저가격 입찰제로 바꾸면서 쌀값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최근 2021년산 쌀 10만t과 2022년산 쌀 35만t에 대한 시장격리 매입을 결정했다. 총 45만t의 쌀을 재정으로 사들여 시장에서 그만큼 공급을 줄이려는 것이다. 매입가격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과 동일하다. 45만t은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장격리다. 공공비축미까지 포함하면 격리 물량은 올 예상 생산량의 23.3%인 90만t에 달한다. 올해 쌀값은 정부가 수곡추매를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큰 폭(25%)으로 떨어졌다. 쌀값만 유독 고물가 흐름에서 제외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쌀 공급이 넘치는 건 식습관 변화로 소비량이 빠르게 줄어서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30% 줄었으나 같은 기간 쌀 생산은 18% 감소에 그쳤다. 쌀의 생산과 소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쌀값을 억지로 지탱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해서 쌀값이 올라가면 다시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딜레마다. 정부도 쌀 경작 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보다 획기적인 쌀 소비 촉진책도 마련해야 한다. 쌀은 남아도는데도 식량 자급률은 20%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쌀의 수요·공급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생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앞서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남아도는 강화섬쌀의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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