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을 닫고 헛헛했던 마음이 적십자를 만나 다시 뛰고 있습니다.”
황인성 나은병원 명예원장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의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황 원장은 지난해 1억원을 기부한 뒤 오는 2025년까지 또 1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황 원장은 “베풀면서 존재의 이유를 깨닫는다”고 했다. 인천 동구 동인천역 인근 황인의원의 2대 원장이자 지역 시의원으로 원도심 발전을 위해 투신했다.
헌신의 시작은 1988년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지역의 신임이 높은 병원을 이어 운영하면서다. 황 원장은 적적한 어르신들에게 말동무 역할을 하고, 점심이나 끼니를 챙겨드리는 것이 의술을 펼치는 것보다 더 기뻤다. 그가 병원을 하던 건물 2~3층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었다. 아침이면 찾아 점심을 드시고, 해질녘 돌아갈 수 있는 경로당이자 무료급식소였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병원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일요일 단 하루만 쉬고 병원을 운영했다.
황 원장은 “일주일에 세 번을 라면, 빵, 레토르트 식품 같은 끼니를 할 수 있는 음식을 300명에게 나눠줬다”며 “20대에 시집을 온 할머니들이 60~80세가 될 때까지 황인의원이 그렇게 곁에서 비빌 언덕이 됐으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1958년에 문을 열어 지난해까지 운영해온 병원이었는데 그곳을 기념하거나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가 병원 문을 닫으며 마음을 다해 봉사할 곳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인천적십자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아너소사이어티’ 92호가 됐다. 또 오는 2025년 다시 한번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했다. 그는 기부금뿐 아니라 온몸을 다해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황 원장은 “1억원을 기부하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이제 남은 삶은 적십자를 통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삶을 나누고, 기부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마음을 전하는 삶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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