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배우와 전문배우 구분 없는 화합의 무대…연극 '우연히 마주한 우연'

image
지난 19일 분당정자청소년수련관 4층 공연장에서 진행된 연극 '우연히 마주한 우연'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원뮤직랩 제공

각자의 사연은 달라도, 무대에서는 하나된 모습을 선사한다. 전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며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자리를 만들어낸 성남 시민 배우들의 이야기다.

원뮤직랩이 성남문화재단과 함께한 연극 프로젝트 ‘우연히 마주한 우연’이 성남 분당정자청소년수련관 4층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공연을 시작으로, 20일과 21일 오후 3·7시 총 5회차의 공연이 이어진다. 시민 배우로는 김도아, 오상석, 유환연, 조윤진 등 4명이 참여하고, 전문 배우로는 손기태, 장호근, 차지현 등 3명이 함께 무대를 꾸려나간다.

image
지난 19일 분당정자청소년수련관 4층 공연장에서 진행된 연극 '우연히 마주한 우연'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원뮤직랩 제공

공연·전시 기획, 극작, 작곡,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원뮤직랩의 박하나 대표를 비롯한 성남 시민들, 전문 배우들은 7월 중순께부터 세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대에서 서로 구분 없이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나의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 왔다.

연극은 카페에서 주인장 ‘마스터’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평범한 손님들이 저마다 추억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젊었을 적 일과 사회 생활에 치여 가족을 신경 쓰지 못했던 사내가 떠올리는 기억을 시작으로 반려견과 지냈던 행복한 시간들을 돌아보는 한 여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며, 사회적 관습과 시대 흐름에 맞서야만 했던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도 관객들에게 스며든다. 관객들은 그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음미할 기회를 얻는다.

image
연극 '우연히 마주한 우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대본리딩을 하고 있다. 원뮤직랩 제공

사랑하는 존재와 맺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우연히 마주한 우연’은 우연히 맞닥뜨린 일상의 한 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연극의 테마가 공연을 준비하는 시민 배우들 각자의 인생 스토리와도 잘 호응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체험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연극을 준비했던 성남 시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각본 구성이나 캐릭터 해석 및 표현 방식 등에 관여할 수 있었던 만큼,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전공했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잠시 공연계와 멀어졌던 김도아씨(24)는 “전문 배우들이 연습 중에 애드리브 대사를 던지면 처음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웃음이 터지곤 했다”며 “차츰 익숙해지면서 그들과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게 되니 저도 애드리브를 받아칠 수 있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유환연씨(63)는 41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대학 새내기 시절 꿈꿨던 연극 배우를 향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달 간 운전할 때 음악이나 라디오 대신 딸의 목소리가 담긴 대사 녹음본을 하루 종일 듣다 보니 연극 자체가 일상이 된 기분”이라며 “최근에는 캐스팅 제의까지 왔는데, 지금껏 살아온 나날과는 다른 방식의 삶이 펼쳐질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