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연이은 비극…안성시 신축 공사 현장서 인부들 추락, 5명 사상

안성의 한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시5분께 원곡면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공사 현장 내 지상 4층 높이에서 시멘트타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철제 거푸집 일부(50㎡) 붕괴로 5~6m 아래인 3층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중국 국적의 30대 A씨와 같은 국적 60대 B씨가 숨졌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30대 여성 C씨(중국 국적)도 이날 사망했다. 중상자는 중국인 1명, 우즈베키스탄인 1명 등 총 2명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가로·세로 6m, 넓이 9m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다가 사고를 당했다. 작업 당시 사망자와 중상자를 포함, 총 8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나머지 3명은 자력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는 셀 수 없는 수십 개의 철근과 같은 건설 자재가 굳지도 않은 콘크리트 위에 널브러져 있는 등 참혹했던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해당 현장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이곳에 근로감독관을 급파해 정확한 원인 규명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당 공사의 시공사는 SGC이테크건설로, 상시 근로자 수가 200명을 넘어 이 법의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며 자세한 사안은 아직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물류창고는 지상 1층, 지상 5층, 연면적 2만7천여㎡ 규모로 지난해 8월 착공됐다.

앞서 경기지역에선 지난 2020년 12월 평택물류센터 추락사고, 다음해 6월 쿠팡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 등 물류창고와 관련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박석원·이정민기자

image
지난 21일 오후 1시5분께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 한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이 내려앉아 5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둘러보는 관계자들. 윤원규기자

안성 추락사고, 안전시설 미비 등 ‘인재’…사망자의 안타까운 소식 전해져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성 저온물류창고 추락사고’가 안전불감증이 불러 일으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이하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이번 사고가 공사 기간 단축, 안전시설 미비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환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데크 플레이트 공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내 보와 보 사이 폭이 3m 이상일 경우 데크를 설치, 보와 고정해 하부에 압을 막을 장치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데크가 흔들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업 중 동절기가 다가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지지대가 부실한 상태로 무리한 공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주노총은 근로자에게 미비한 안전장치가 지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조직부장은 “타설 작업은 계속해서 근로자들이 이동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몸을 고정하는 벨트 없이 안전모와 장화, 절연장갑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공사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5시20분께 평택 굿모닝병원의 응급센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내부를 가득 메웠다. 지난 2017년 일을 하기 위해 가족·친구와 한국을 찾은 중국인 A씨(30대)는 2년 전 ‘공구리 팀’을 꾸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해왔다.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아들을 찾다 혼절했으며 아버지는 말 없이 연신 가슴을 내리쳤다. A씨 아버지는 “세상 착하고 착실한 아이였다. 일이 위험할까 걱정됐지만 힘든 내색 한 번 한 적 없었다”며 “하지만 우리 아들은 죽어서 돌아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같은 날 사고 직후 심정지로 오산한국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던 중국인 여성 B씨(34)도 23일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그의 남편은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그 누구한테도 들은 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함께 온 B씨 남편의 동생 역시 “형수님이 아직 34세밖에 안됐다”라며 “딸 아이도 이제 열세 살인데 어떻게 살라고”라며 울음을 삼켰다.

이번 사고와 관련,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4시께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노규호 수사부장(경무관)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경기남부청 강력범죄수사대 및 안성경찰서 35명, 경기남부청 폭력계 4명·피해자보호계 5명·과학수사계 5명 등 총 50여 명 규모로 편성됐다.경찰은 현장소장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정민·김은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