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교통기본권 훼손하는 예타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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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경기도민의 시계는 하루 3시간가량 짧다고 한다. 꽉 막힌 출퇴근길과 지옥철 때문이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말도 도민들이 통근 현실에서 마주하는 ‘시간불평등’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통계를 직접 살펴보니 암담했다. 무엇보다 교통의 남북 격차가 상당했다.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된 경기 북부 도민의 편도기준 평균 통근시간은 지하철 이용 시 무려 71.6분에 달했다. 남부의 62.5분도 긴데 이보다 10분이 더 길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삶의 만족도 추락이었다. 지금 사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로 북부의 가장 많은 도민들께서 ‘교통 불편’을 꼽았으며, 그 비율도 무려 32.6%에 달했다. 북부지역의 도시철도 불만족도는 남부보다 약 6%포인트 높은 21.9%였으며, 비용적으로도 2019년 기준 경기 북부가 남부 대비 2배를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나는 고향이 파주며, 지역구가 고양시인 국회의원이다. 누구보다도 360만 북부 도민의 불편함을 잘 안다. 그래서 경기 북부의 교통 격차를 해소하고 북부지역의 교통접근성 문제와 도시철도 개발 소외를 시정하고자 대선과 국정감사를 비롯한 주요 국면마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제성이 낮아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2018년 적극 추진했던 용산~고양 삼송 구간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고자 사업을 신청하는 것인데, 낙후를 탈락의 근거로 삼는다. 공공재가 도리어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셈이다.

그동안 경기 북부의 도민들은 경제성이 아닌 공익적 이유로 그린벨트, 군사보호지역, 상수원보호지역 등 다방면의 중첩 희생을 감내했다. 그러나 시민생활의 여러 권리 침해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으면서 교통권리 회복은 경제 논리부터 따지며 탈락시킬 근거부터 찾는다. 이것은 명백한 이중 차별이다.

기재부에 묻고 싶다. 시민의 시간은 어째서 경제성이 되지 못한단 말인가. 시민의 삶 8분의 1가량이 도로에서 허비되고 있다.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삶의 질이 하락하고 노동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 달리지 못하는 차에서 버려지는 에너지와 뿜어져 나오는 탄소는 환경 파괴 및 기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것만큼 경제적인 문제가 또 있을까.

시간은 경쟁력이다. 통근에 철도로 30분 걸리는 사람과 차로 1시간30분 소요되는 사람이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낭비된 시간만큼 불평등의 골은 깊어진다. 국가가 국민의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불평등의 주요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교통불평등 개선은 곧 시간 평등의 회복이자 시민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예비타당성제도는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시민의 삶을 소외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는 근시안적이고 낡은 예타 기준이 더는 통용돼선 안 된다. 시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놓고 환경과 미래에 비중을 두는 새로운 기준으로 진일보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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