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후진타오의 ‘엉거주춤’ 퇴장

한때는 차세대 지도자였다.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 살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주석 얘기다.

▶대표적인 기술관료(Technocrat) 출신 정치인이었다. 간쑤(甘肅)성 수력발전소 노동자로 시작해 공산주의청년단 서기에서 중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국가부주석을 거쳐 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도 역임했다. 기술관료답게 과학발전론도 주창했다.

▶그랬던 그의 행보를 놓고 요즘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최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다. 폐막식 도중 갑자기 퇴장했는데, 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움찔하고 주저하다 마지못해 수행원들에게 이끌려 나가는 모습이 포착돼서다.

▶건강 문제든, 정치적 제스처든 어색했다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내외 매체들의 카메라가 켜진 상황에서 사전에 짜인 정치적 행위였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공산당은 유독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익숙하다. 그의 퇴장도 그런 측면에서 읽힐 수 있다. 문제는 그 쇼에 어떤 의미가 담겼느냐는 점이다. 철저하게 짜인 대본에 따라 연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허투루 하는 일은 없다”는 반응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 개막식에서 후 전 주석 시절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후 전 주석이 리커창(李克强) 등 그의 핵심 세력들의 최고 지도부 인선 탈락에 불만을 품고 벌인 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가 공식적으로 물러난 시기는 2013년이었다. 이번 당 대회에는 당 원로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다. 아무튼 중국에선 후 전 주석의 엉거주춤이 한동안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체제에 들어간 시진핑 주석의 미래도 딱히 다르진 않아 보여 하는 넋두리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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