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고, 부정부패에 멍드는 아이들] ②아들 명의 무인상점서 간식·생수까지 공급…결산 절차 전무

학부모로부터 돈 봉투를 받고, 개인 통장으로 코치들의 판공비를 돌려 받았다는 의혹(경기일보 10월28일자 4면)이 나온 고교 야구부 감독이 자신의 가족 명의 상점에서 학생들이 마실 생수 등을 구매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학교 야구부는 학부모가 낸 운영비로 각종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세부 지출 내역 등에 대한 결산 절차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시에 있는 라온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A씨는 학부모들이 낸 운영비로 최근까지 1년여간 아들 B씨 명의의 무인 상점에서 생수와 음료 등 학생들의 식음료를 구매해왔다. 식음료는 매달 적게는 수백병, 많게는 1천병을 훌쩍 넘겨 구매했다.

그러나 B씨가 운영하는 상점은 일반적인 동네 마트는 물론 대량 구매 시 할인 혜택이 큰 온라인 포함 대형 마트의 가격보다도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확보한 라온고 야구부의 구매 영수증을 보면 B씨의 무인 점포에서는 생수 500㎖ 1병을 400원에 판매했는데, 확인 결과 같은 시기 같은 상품의 가격은 최저 1병당 230원에서 최대 29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천병 구매를 기준으로 하면 1번 구매 시마다 물 값에서만 최소 10만원 이상이 차이 나는 셈이다. 또한 B씨 상점에서 구매한 이온음료의 경우 1개당 700원에 900개를 구매했는데, 대량 주문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구매 가능한 최저가가 390원에서 최대가 500원으로 최소 개당 200원 차이가 났다.

라온고 야구부 학생의 학부모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매달 운영비 100만원을 내고 나면 학교에서 알아서 쓰고, 학부모들에게 비용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거나 이후 어디에 썼는지 알려주는 절차가 전혀 없다”며 “더 비싼 가격임에도 아들 가게에서 아이들 간식 비용까지 쓰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라온고 야구부가 학부모들이 낸 돈으로 운영됨에도 이 같은 지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학부모들에게 구체적인 지출처 등을 공개하는 결산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라온고는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매달 수익자부담운영비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야구부 간식비’, ‘연습경기 간식비’ 등 포괄적인 명목과 구매 가격만 공개할 뿐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A씨와 라온고 측은 “(생수 구매로)이익을 보려고 한 게 아니고 가격이 더 싸서 구매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가격이 더 비싸다는 지적에는 “분명 구매 당시 검토했을 때에는 가격이 더 싼 것으로 확인했다”며 “지난 5월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된 뒤 학교장의 지시에 따라 더 이상 해당 상점에서 식음료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구체적인 사용처 등의 내역을 공개하는 회계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관련 지침을 만들어 각 운동부에 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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