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서 생산되는 강화인삼은 세계적으로도 성가가 높은 고려인삼의 원산이다. 기후, 토양 등 환경조건이 인삼 재배에 맞아 고려 고종(1232)때부터 재배가 시작됐다. 그런 강화인삼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요즘 ‘눈물의 수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삼을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생삼 가격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인건비도 해마다 올라간다. 최근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삼 재배에 필요한 농자재나 묘삼값마저 크게 올라 농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강화군의 인삼 농가들은 수확철을 맞아 인삼을 캐내기는 하지만 걱정만 쌓인다고 한다. “인삼 값 폭락에다 인건비는 계속 올라 인삼을 캐도 남는 돈이 없어요. 이제는 인삼 농사를 그만 둬야 하나 싶습니다.” 요즘 강화군의 인삼밭에서 들리는 푸념들이다. 이 곳 농가들이 강화인삼농협에 일괄 판매하는 파삼(가공용 인삼)의 가격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코로나 이전 인삼 농사를 돕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돌아간 탓에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2~3년 전만 해도 인부들의 일당이 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6만원까지 뛰었다. 그 일당에도 일손을 찾기 어려운 게 더 문제다. 인삼은 품질이 금방 변해 쌀처럼 창고에 마냥 쌓아둘 수도 없다.
인삼농사에 위기가 닥친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삼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인삼은 면역력 증진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글로벌 봉쇄 속에 수출길은 끊기고 각종 축제를 통한 판로까지 막히면서 소비 부진이 가속화됐다. 한국인삼공사나 농협 등이 홍삼 등으로 가공한 제품의 수요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유독 파삼 등 생삼 수요가 크게 줄어 인삼농가의 판로가 막힌 것이다.
강화 인삼 농가들은 생삼 산업을 되살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화인삼조합 등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함께 생삼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수요 촉진책을 마련, 인삼 산업의 붕괴를 막아 달라고 한다. 쌀과 마찬가지로 인삼농사도 생산과 소비간의 균형이 흔들려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인삼 농가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출길을 다시 열고 신규 판로를 개척하는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삼 수요 패턴의 변화에 대응하는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재배면적 조절 등 생산량 관리 정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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