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버스 2천261대 중 1천345대가 2020년 이전 출고 높이 낮고 충돌 방지 LED등 없어 정류장 승객 부상 위험 市 “조합 등과 빠른 시일 내 논의… 사고 방지 대책 마련”
“정류장 인도 끝에 서 있다 지나가는 버스 사이드미러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서보영씨(35)는 최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시내버스에 머리를 부딪히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버스 사이드미러 높이가 약 180㎝인데, 서씨의 신장 172㎝에 보도블록 높이 약 20㎝가 더해져 사이드미러 끝에 머리가 닿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정류장 가까이 버스가 들어오면 사이드미러에 LED등이 보여 뒤로 물러섰지만, 이번엔 미쳐 피하지 못한 것이다.
서씨는 “한번 부딪히고 난 뒤로는 아예 인도 안쪽까지 들어와서 버스를 기다린다”고 불안해 했다.
남동구에 사는 박승화씨(42)는 자전거 도로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자전거 도로 옆 차선으로 변경하던 버스 사이드미러가 머리 근처까지 근접해 깜짝 놀랐다.
박씨는 “이렇게 버스 사이드미러 높이가 낮을 줄 몰랐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인천지역 시내버스의 사이드미러의 높이가 낮아 시민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되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사이드미러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미 출고된 버스의 경우 구조적인 이유로 사이드미러의 높이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높이 식별이 가능한 대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인천시와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시내버스 중 2020년 이후 새로 출고한 버스에는 차량 오른쪽 사이드미러 밑 부분에 LED등이 장착돼 있다. 시민들이 야간에 버스 사이드 미러의 높이를 인지해 주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인천에서 운영 중인 2천261대의 시내버스 중 2020년 이후 출고한 버스는 916대라는 점이다. 나머지 1천345대(59.5%)의 버스에는 오른쪽 사이드미러 밑에 LED 등이 없다. 버스 사이드미러는 검정색이어서 야간에 식별이 어렵다는 의미다.
버스 운전기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시민이 버스에 탑승하게 하기 위해 최대한 인도 가까이 붙어 정차하다보니 사이드미러가 인도를 침범하는 일이 잦아서다. 버스기사 김미수씨(52)는 “요즘 사람들은 정류장 근처에 서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 사이드미러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며 “예전에 젊은 남성의 머리를 사이드미러로 친 적이 있어 이제는 경적을 울리거나 뒤로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면서 정차한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처럼 시민의 부상위험과 버스기사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2020년 이전 출고버스의 사이드미러에 반사판을 설치하는 등 사고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버스조합 등과 자리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보고 논의하겠다”며 “시민 안전에 직결하는 부분이라 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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