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가 2023년 예산안의 집행 방향을 밝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위기 시대 극복을 위한 과감한 민생 재정’이다. 중앙정부의 신년 계획은 ‘건전 재정’에 방점이 찍혔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업 예산 축소가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와 다르게 잡았다는 게 김 지사의 신년 시정연설이다. 그가 직접 정리한 신년 예산 방향은 이렇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재정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도 예산안은 건전재정이 아닌 민생재정에 중점을 뒀다.”
‘어려울수록 과감히 풀겠다’는 설명이다. 수립된 2023년 총 예산은 33조7천790억원이다. 주거, 교통, 일자리 등 민생에 투입되는 예산 분야가 많다. 1기·3기 신도시 정비에 7천957억원, GTX 등 광역교통 기반 확충에 1조6천271억원을 배정했다. 노인 일자리와 국공립 어린이집 사업에는 2천246억원과 132억원을 확대 반영했다. 중앙정부에서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두 영역이다. 우리가 주목해 볼 또 다른 예산도 있다. 김 지사를 상징하는 예산인 이른바 기회예산이다.
경기 청년 사다리, 경기 청년 갭이어 등을 챙겼다. 베이비부머에 일할 기회를 지원하는 예산도 있다. 예술인 기회소득, 장애인 기회소득도 있다. 사업명에서 보듯 청년, 노인, 예술인, 장애인 등 어렵거나 취약한 도민이다. 앞서 주거·교통 등이 사회 전반의 경쟁력 조성을 목표로 한다면 이 분야는 ‘어려움 탈출’을 분명한 타깃으로 삼는다. 건전재정이라는 합목적성만으로 결코 소홀히 될 수 없는 최소한의 복지 분야다. ‘역경 극복’의 증인인 김 지사에게 도민이 갖는 희망이기도 하다.
시정연설에서도 이 부분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도민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도의 의지를 담았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국가적으로 처한 위기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을 그다. 그런 그가 내린 처방이다. 지방정부 예산 투입을 경제 활성화로 이끌어갈 마중물이자 생산 수단의 출발 지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 어려운 도민을 보듬고 있다.
이제 토론하고 완성시켜 가야 한다. 큰 방향이 옳다고 세부 사항까지 옳다고 덮어갈 순 없다. 민생 예산의 구체적 내용에 가감이 필요하고 방향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나 대상 선정에서도 또 다른 판단과 이견이 제시될 수 있다. 바로 경기도의회가 할 역할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열흘 가까이 먹통 의회다. 추경안 처리도 못하고 있다. 도민이 뭐라 하겠나. ‘김동연 예산’을 설명받은 도민들은 이미 내년 예산에서 각자의 지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